대구지하철 참사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긴급좌담

입력 2003-03-03 13:32:43

대구 지하철 참사가 3일로 발생 14일째를 맞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정신적 충격파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18일 오전 순식간에 대구의 도심을 아비규환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이번 참사의 비극적 현장은 시민들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매일신문사가 대구시와 피해자 측 인사, 시민단체.학계 전문가 등을 초청해 연 긴급 좌담회는 사전 서면 응답으로 자료를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홍덕률=편의상 두 주제로 나눠 토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나는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대형 참사와 관련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 수습 및 대책 마련과 관련된 것이다.

먼저 대구지하철 대형참사를 가까이에서 지켜 본 소감부터 정리해 보자.

△서대현=대구에 지하철을 만든다고 할 때부터 많은 반대가 있었다.

이같은 여론을 무시하고 지하철 공사를 강행했다가 결국 참사가 잇따랐다.

이번 참사 발생과 수습과정을 보니 대구시가 붕괴되는 느낌을 받았다.

희생자들은 대구에 살았다는 죄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대구시가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데 더 큰 실망을 느낀다.

대구시의 행태에 분노를 느끼고 이를 그대로 놔 둔 우리 자신에게도 분노를 느꼈다.

△윤석기=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지하철에 불이 나봤자 탈 게 뭐가 있나 하고 생각했을 뿐 대형 참사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간이 지난 뒤 집사람으로부터 처형이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고 직후 실종자 가족들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요구하며 동분서주했지만 공무원은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시장에게 보고해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먹혀 들지 않았다.

사고대책본부는 중앙로역 등 일선 현장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방화로 인한 참사가 아니라 대구시의 전반적인 안전 시스템이 '펑크'난 것이다.

△김기옥=시정 책임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기 짝이 없고, 이번 사고로 엄청난 아픔을 겪고 있는 피해자 가족과 250만 대구시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거듭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 고도로 복잡화되고 여러 계층.구성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현대 사회에서는 어느 한 부분의 작은 잘못이 대형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앞으로 시에서는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조.연락 체계를 구축해 각종 대형 재난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피해자 보상 및 시설복구에 만전을 기하겠다.

△최영상=안전에 대한 평소 대비를 소홀하게 한 것이 이렇게 참혹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본다.

대학에서 소방안전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너무나 값진 교훈을 얻었다.

어떤 이유에서도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아서는 안되겠다.

절대로 이러한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일하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노력하겠다.

고개 숙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진심으로 유족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위로해 드리고 싶다.

◇홍=이번 지하철 참사가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요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중앙정부의 잘못도 있다.

행정자치부의 재난 관리 체계를 살펴 보니 지하철 화재 대처에 관한 매뉴얼조차 없더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대구시의회에도 잘못이 있다.

왜 재난에 대한 감사 활동을 하지 않았나? 우리 사회 전체의 시스템도 문제다.

재난에 대비한 매뉴얼이 없고 지침도 불확실하다.

△윤=자세한 법 규정까지는 모르지만 대구시와 대구 지하철공사가 시민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법과 제도가 미비하다면 공무원들이 현실에 맞게 고쳐서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규정이 그러하므로 책임이 없다'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며칠 전 전동차 객실 시트에 대한 방염 테스트를 하던 날 내가 "아무리 방염처리 해봐야 이번처럼 휘발유를 뿌리면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묻자 김영창 대구시 지하철공사 사장 직무대행이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겠느냐?"라는 안이한 답변을 해 놀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구지하철은 공무원들의 이같은 안이한 생각 속에 운행되고 있다.

△최=안전시설의 미비와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재가 대형참사의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평소에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기에 이번에도 무심코 지나쳤다"는 관계자들의 말에서 이들이 얼마나 안이한 자세로 업무에 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오작동이 있었다면 원인을 파악하고, 설비에 문제가 있었다면 교체하거나 보완했어야 했다.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실제로 보는 느낌이다.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종합사령실의 지시만 따른 기관사의 현장대응 능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기관사가 독자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할 수 없도록 만든 체제상의 문제가 더 컸다.

결국 위기관리시스템의 부재가 부른 참사라고 본다.

△김=사고원인에 대해 관계당국의 정밀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이므로 성급하게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비상사태에 대한 지하철공사의 초기 대응에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

비상시를 상정해 지하철 운영요원과 승객들이 모두 참여하는 실질적인 대비 훈련이 없었고 대피유도시설 등 안전시설이 부족했으며 전동차 내장재의 불연 설비기준(KS규격)이 미흡했던 점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포진된 안전 불감증과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범사회적인 배려와 관리 대책의 미흡이, 앞서 밝힌 모든 원인의 근본 배경이 아닌가 한다.

◇홍=1995년의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2001년의 신남네거리 지하철 공사장 붕괴사고, 이번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 등 대구지하철에서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대구지하철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김 부시장이 좀 전에 '사회 전반에 포진된 안전 불감증이 원인'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논리는 용납할 수 없다.

사회 전반이 아니라 대구시에 포진된 안전 불감증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다.

대구시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

△윤=법적.제도적 문제가 원인이라면 대구 말고 다른 도시에서도 지하철 사고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왜 대구 지하철에서만 대형참사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나? 대구시가 잘못 운영한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법과 제도가 아닌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다.

△최=안전보다는 공사기간 단축이나 예산 절감에 더 무게를 두고 각종 건설공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수습 과정에서 발생되는 후유증이 심각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에는 경제논리를 앞세운 정책수립과 이를 간과하는 사회 분위기가 한 몫 했다고 본다.

지하철노조에 따르면 대구지하철의 경우도 인력이 정원에 비해 100여명이나 부족하고 정규직을 줄이면서 비정규직을 대폭 늘려 안정적인 근무조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참사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부족에 따른 부실공사와 관리 소홀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고 중앙정부가 지하철의 건설과 관리를 맡도록 하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된 만큼 이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

◇홍=최근 대구에서는 자동차 연쇄방화 사건이 있었다.

이번 참사도 어이없는 방화에서 비롯됐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서=사회적 불안감을 표현하는 방식의 문제다.

사회적 불안감의 표현방법은 '학습' 즉 범죄로 이어진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는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진다.

우리나라의 교육 자체가 문제다.

초.중.고 과정에서 '분노를 발산하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한다.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분노를 갖기 마련이다.

(타인과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고) 이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가르쳐야 한다.

◇홍=주제를 바꿔 보자. 대형 참사도 큰 충격이었지만 대구시와 지하철공사, 경찰 등의 사고수습 과정에서도 적잖은 문제가 드러나 시민들의 걱정과 분노가 크다.

수습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짚어보자.

△최=여러 가지가 지적됐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희생자 수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것이다.

화재 발생장소의 주변상황이나 화재 확대 경로가 정확히 조사되기 전인데도 승강장이나 선로가 청소됐고, 화재 전동차도 차량기지까지 견인되면서 차량 내부는 물론이고 연소 후의 승강장도 원래 형태대로 보존되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은 9.11테러 후 무려 8개월 동안 현장을 보존하며 수습했다.

이번 현장 훼손은 참으로 무모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실종자 가족들에게 수습 절차를 납득시킬 수 없었고 합의점을 찾는 데도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동차 내장재가 연소되면서 생긴 엄청난 열 때문에 전동차 안이 완전히 연소되면서 희생자 수를 파악하기 어려워진 점은 있겠지만, 그럴수록 상황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불신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숙한 초기 대응이 사후 대처마저 어렵게 만들었고 실종자 대책위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신뢰도 잃게 만들었다.

△서=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방법부터가 잘못됐다.

인명피해 최대 예상치부터 먼저 산정해 놓은 뒤 생존이 확인된 사람의 수를 빼내 실제 피해자 수를 파악해야 했는데 대구시는 거꾸로 했다.

그러다 보니 현장 보존이라는 기본적인 원칙도 안 지켰다.

지하철 운행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안전 조치를 다 취한 뒤 확신이 섰을 때 운행을 재개해야 한다.

일단 운행부터 재개해 시민들을 안심시키겠다는 발상은 안된다.

절차를 무시해서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의 사고 수습은 기본적인 처리 수순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현 상황에서 대구시는 사고 수습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시 공무원부터 갈아 치우는 것이 수습의 시작이다.

◇홍=앞으로 빠르고 원만한 사고 수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방안이 강구돼야 할까?

△윤=지금 사고 현장인 중앙로역 상부도로의 차량 진입이 통제되고 있다.

중앙로역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차량통행부터 통제돼야 하는데 대구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앙로역 지하2층의 사람 통행을 막고 상부도로에 자동차는 다니게 했다.

시가 워낙 무능해서 실종자 가족 대책위는 하는 수 없이 중앙정부에 사고 수습을 요구했다.

대구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지만 할 수 없었다.

사고 수습을 위해서는 시 관계 공무원과 경찰의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한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사임하고 신뢰성 있는 사람이 시정을 맡을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 이같은 일들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홍=이번 참사와 비슷한 대형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대책이 필요할까?

△최=실수나 고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화재를 막을 수 있게끔 안전시설과 위기관리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과 같이 계획된 방화나 테러의 발생에 대비해 소방시설, 안전시스템을 완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고 사례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일상생활 속에서의 안전교육과 훈련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사고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시트를 알루미늄으로 교체하고 내장재를 불연재질로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시간과 자금이 많이 든다.

따라서 응급조치로 현재 전동차에 비치된 수동식 소화기 외에 자동확산 소화기를 전동차 천장에 부착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다중이용시설이나 음식점 주방, 공장 보일러실 등에 사용되고 있는 소화기를 전동차 천장에 부착하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소화기 노즐의 마개를 막고 있는 감열부의 납이 녹으면서 내부의 분말소화약제가 자동으로 분사되어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다.

내장재를 불연재질로 교체하고 변전소, 선박 터빈실, 전기설비 등에 사용되고 있는 미세물 분무 소화설비와 같은 자동식 소화설비를 승강장에 설치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환기설비 용량을 키우거나 강제 배연설비를 설치하고 방화셔터의 위치는 반드시 피난동선(動線)을 고려해 수정해야 한다.

방화벽도 연기감지기와 열감지기가 동시에 작동해야만 셔터가 바닥까지 내려오는 구조로 변경해야 한다.

천장에만 설치하는 유도등도 통로 유도등과 함께 바닥에 매설하거나 레이저빔을 발생시켜 유도하는 방법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다량의 연기가 발생해도 시야확보가 가능하고 피난이 용이해진다.

연기 감지기는 감도가 지나치게 높아 먼지가 많이 발생해도 화재 경보기를 작동시킨다.

따라서 연기 감지기 외에 열 감지기를 함께 설치하는 등 화재탐지 설비를 보완해야 한다.

△김=시는 지하철 안전을 위해 전동차 시트에 대한 방염처리 작업을 10일까지 벌이고 있다.

전동차내 안내시스템과 역사 CCTV 시스템을 첨단화하고 안전요원을 증원 배치하는 등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 대책에 연계해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

실종자 가족들과 협의한 뒤 중앙로역에 대한 긴급 안전 진단을 실시, 단계별로 복구할 계획이다.

1단계 응급조치로 구조물 철골재(H빔) 가받침을 설치한 뒤, 2단계로는 정밀안전진단을 3~4월중 실시하고 3~5월까지 실시 설계를 마치겠다.

3단계는 시설물 복구 단계로 10월쯤 완전 복구할 계획이다.

◇홍=지금 대구시민의 허탈감이 무척 크다.

충격.분노.정신적 공황 상태를 보이는 것 같다.

대구시민의 마음을 추슬러야 할 텐데, 어떤 방안이 있을까?

△서=조해녕 시장은 스스로 거취를 판단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생긴 대구시민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슬픔을 표시하는 방법을 대구시가 찾아야 한다.

위령탑 정도로는 안된다.

대구시는 현재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달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중앙정부가 직접 수습에 나서 시민들의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대구시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받아내도록 능동적으로 임해야 한다.

실종자 인정사망 처리 정도만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조 시장은 지금부터라도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사태 해결에 임해야 한다.

죽을 각오로 피해자 가족과 함께 밤을 지새야 하며, 자리(사고수습대책본부)를 떠서는 안된다.

◇홍=고위 공무원의 만취 행동, 시장 측근의 대책 문건 파동, 미숙한 사고 수습 등으로 대구시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높다.

시장 퇴진 운동도 벌어지고 있는데, 시의 입장과 사태 수습.재발 방지책을 위한 계획을 밝혀달라.

△김=지하철 화재사고로 인한 피해 복구와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수습대책본부가 오히려 적잖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너무 죄송하다.

실종자 처리 및 피해 보상, 시설물 복구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대책본부를 비롯한 시 직원 모두가 심기 일전하여 피해자 가족과 아픔을 같이 하는 자세로 중앙부처지원단과 긴밀히 협조해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

◇홍=대구시는 물론이고 시민 모두가 이번 참사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고 대구가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어떤 교훈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윤=이번 사고는 시민과 대구시 모두 스스로 처한 위치를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위탁한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민선시장을 뽑아 놓고는 세금만 낼 뿐 시정 운영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확인하거나 감시하는데 소홀했다.

이번 사태 과정을 경험해 본 결과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을 주인으로 알기보다는 통치대상으로 본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공무원 자신을 위한 행정을 펴는 것 같았다.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평가가 필요하다.

△최=시간이 지나면 참혹했던 고통도 우리들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너무 쉽게 잊지는 말아야 한다.

비록 이번 참사에 내 가족이 희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언제 어느 곳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

안전부재의 시대를 사는 우리도 언젠가는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여러번의 대형참사를 겪으면서 원인을 분석하고 수 많은 대책을 내 놓았다.

그러나 정작 법이 개정되고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사후 관리 전담부서도 없다.

그래서 정부나 관계기관에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면 시민 모두가 감독자가 되어서 실제로 그 대책들이 이행되는지 살피고 독려해야 한다.

소방.경찰, 기타 관련기관 등 재난관리기관들 간의 신속한 연락을 위한 자동연락시스템 구축도 절실하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여러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너무 거창한 내용에만 치우치지 말고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체험하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

초기에 불길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소방교육이나 소화 실습을 통해 위급한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화재 때 위험이 큰 다중이용시설이나 지하철 역 구내에서 소방서가 주관해 시민들이 소화기를 사용하는 훈련도 하고 승강장에 설치된 소화전을 사용해 직접 물을 분사하는 체험을 하며 연기 발생 때 안전수칙도 익히는 등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방체험을 정기적으로 실시했으면 한다.

△김=지하철 운영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의 안전 불감증이 쌓이고 쌓여 이런 엄청난 사고를 만들어 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개발시대 때처럼 안전관리 문제를 특정시기.행사를 위한 이벤트 정도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시는 앞으로 완벽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한편, 안전의식의 고도화를 이루기 위해 제도.문화적 종합안전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

시민들 자율로 이뤄지는 안전대책도 매우 중요하다.

개인의 주거영역과 의식의 저변에까지 안전제일주의가 확고히 자리잡을 때 정부나 지자체 대책의 실효성도 배가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

◇홍=일반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이번 사건을 보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언론이 시민들이 눈과 귀 역할을 하기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의 책임이 무거운 것이다.

혹시 이번 사고를 보도하는 언론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아니면 언론에 주문하고 싶은 점은 없는지 궁금하다.

△윤=실종자 가족들은 언론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진실을 알기 위해 외롭게 투쟁하는데 마음을 열어준 것은 언론뿐이었다.

기자들의 관심이 없었더라면 사실을 이 정도나마 밝혀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초기에 일부 언론이 편향된 정보와 시각을 가감없이 전한 것은 아쉽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실종자 수에 대한 오보도 많았다.

시와 실종자 가족대표간에 합의되지 않은 사실이 보도된 것도 몇 건 있었다.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대구시의 입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함으로써 문제를 더 어렵게 한 점이 없지 않다.

△서=방화범을 정신질환자로 잘못 보도한 언론사들이 많았다.

정신병리를 기자들이 잘못 이해한 때문인 듯하다.

정상인이 어떻게 그런 어마어마한 사건을 저지를 수 있었겠냐는 생각 때문인듯 한데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자가 저지르기 힘든 범죄다.

△최=언론이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대책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인 분석에만 머물다 보면 정작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국내 현실만으로 대책을 수립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언론은 선진국의 사고사례와 대책수립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보도를 해 주었으면 한다.

이렇게 마련된 대책에 대해 언론은 정기적으로 그 진행 과정을 보도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만 마련하고는 정작 시행에 옮기지 않는 용두사미식 대응 관행을 막는데 앞장 서줬으면 한다.

△김=이번 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언론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언론의 역할이 특정사건에 대한 단순한 사실보도에만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또 일부 언론이 불특정인 제보에 의존해 당사자에 대한 사실 확인과 의견 수렴을 생략한 채 앞장서 보도함으로써 불신과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적도 있다.

이는 건전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당한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난 마음과 시민 불안감을 적극 위로하는 한편 유사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건전한 대안과 침체된 지역사회를 추스르고 고무하는 비전도 아울러 제시했으면 한다.

◇홍=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이 가장 클 텐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윤=4대 과제를 세워놓았다.

제1 과제는 이번 참사 실종자 가족 모두가 명예를 회복하고 원통한 사람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제 2과제는 시민들이 지하철을 안심하고 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규명해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 것이 제3 과제다.

여기에는 대구시장과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이 포함돼 있다.

제4 과제는 이번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탑을 설치하고 이번 사고가 안전교육의 장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홍=시민사회단체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인가?

△서=지방자치단체의 권력 구조나 시정 집행에 관심을 갖겠다.

대구시가 시정을 집행하는 과정에 시민단체가 개입해 감시.감독토록 할 것이다.

대구시 및 시 산하기관에서 인사가 잘못되고 있는지 찾아 볼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법적 책임이 있는지 따져 본 뒤 시장 퇴진 운동도 벌여나갈 생각이다.

현재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주민 소환제가 미비하다.

주민소환제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

현행법상에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능력이 없으면 선출직도 물러나게 해야 한다.

◇홍=오랫동안 수고들 하셨다.

이제 짐은 살아 있는 우리들에게 던져졌다.

이번 희생을 헛되이 해서는 안된다.

그걸 사회 발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희생자들에 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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