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참사 문화 추모행사 잇따라

입력 2003-03-03 09:32:34

지난 24일 오후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 지하철 참사에 대해 하늘도 슬퍼했음일까? 꽤많은 늦겨울의 비가 내린 뒤라 다소 쌀쌀했지만 소리꾼들의 소리와 해금과 대금, 사물의 연주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대구지하철참사전국추모연대가 마련한 대구지하철참사 문화예술인 전국추모제. 불과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지하의 지옥불속에서 꽃잎처럼 무너진 넋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한 한 바탕의 해원굿마당이 펼쳐졌다.

어떤이는 소리로, 또 어떤이는 색소폰으로, 마임으로, 사물연주로 희생자들의 한을 꺼집어냈고, 하나씩 풀어나갔다.

공연이 계속될수록 발길을 멈추는 이들이 많아졌고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은 사진기와 캠코더에 그들의 공연 모습을 담았다.

이 공연은 거리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에 의해 시작됐다.

공연자들에게는 차비조차 주지 않는 노개런티였지만 철도.지하철 예술진흥원 멤버들은 예정된 모든 공연을 취소하고 현장을 찾았고, 부산.인천의 거리문화패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연계획이 알려지고 공연이 시작되자 음향시설을 제공하겠다는 업체가 나섰고, 동성로 인근 분식센터 4곳에서는 공연기간 중 150명분이나 되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따뜻함이 계속됐다.

철도.지하철 예술진흥원 박종호 대표는 "우리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희생자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가신 님들을 대신해 더 열심히 살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의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공연에서뿐 아니었다.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대구지회(회장 손문익)가 4일까지 '희생자 돕기 모금 작품전'을 열고 있는 대백프라자 갤러리에는 하루 200∼300여명의 시민들이 찾고 있다.

작품가격을 많이 낮춘 까닭도 있겠지만 지하철 참사 희생자를 돕는다는 취지에 공감한 시민들이 작품구입에 나섰다.

27일 오후 7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입구에서는 민족작가회의 대구지회 회원 20여명이 추모 문학제를 가졌다.

'얼마나 얼마나 캄캄했을까/얼마나 얼마나 무서웠을까/얼마나 얼마나 뜨거웠을까' '몇날이 흘러도/남편의 책상위에 흰 국화대신/기어코 부재중이란 표찰을 올려놓는/젊은 아내의 염원은 차라리 소리없는 절규입니다' 시인들이 하나씩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나가는 시는 울음에서 통곡으로 변해 살아남은 죄스러움을 전했다.

김용락 지회장은 "그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글밖에 되지 못함이 원통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러한 추모분위기가 모든 사람들의 것은 아니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추모행사를 하나의 구경거리로 생각한 듯 극장매표, 휴대전화 선전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고, 인근 점포 직원은 영업에 방해가 되니 통로를 막지 말아달라고 참석자들에게 요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던 한 시민은 "잊어야할 것과 잊어버리지 말아야할 것이 무엇인지 서로 알았으면 좋겠다"며 "눈물로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진 못하지만 정말 맘껏 울고 싶은 심정뿐"이라고 슬픔을 전했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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