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이후 지하 상가는 어떻게 됐을까.
지하 점포 상인들은 이번 사고의 유족들과 부상자 가족들에 누가 될까 집단 행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자체 집계 결과 수십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었고, 사고 이후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사고 바로 다음날부터 마스크를 쓰고 지하 상가에 들어와 점포 복구 및 대책 마련에 돌입하는 등 완전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중앙로역 부근 지하상가.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18일)가 있은 지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엔 이번 참사로 인한 희생자를 조문하러 온 수천명의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지만 인근 지하상가에선 좀체 손님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지하 점포 대부분이 '몽땅 세일', '50%세일' 등의 플래카드를 걸어두고 있었지만 어쩌다 한, 두 사람만이 스쳐 지나갈뿐 대부분은 지하철 방화 참사 현장으로 향했다.
출입문 바로 옆 한 꽃집에는 연기에 꺼멓게 그을린 화분들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고 인근 가게 대부분이 주인없이 비어 있었다.
중앙로역 출입문 바로 맞은편에서 벽걸이용 그림 액자를 판매하는 정광태씨는 "화재현장과 가까운 대부분의 가게들이 수천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은 데다 조문 인파가 물러가는 오후 8시 이후에는 손님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화재 이전엔 하루 50만~60만원은 벌었는데 지금은 10만원도 힘들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지하 점포들은 중앙로 역 출입문 주위에 밀집해 있다.
카메라, 귀금속, 신발, 시계 등 10여개 상가는 화재 여파로 아직까지 정상 영업이 불가능할 정도.
모 운동화 점포 주인 장진국씨와 점원 2명도 벌써 열흘째 시커먼 매연으로 뒤덮인 운동화들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장씨는 점포내 거의 모든 운동화가 연기에 그을려 아무리 정리를 해도 끝이 없다고 했다.
밖에 전시해 놓은 신발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운동화까지 몽땅 연기에 그을려 테니스화를 사러온 고객에게 상자에 담아놓은 신발을 꺼냈다 시꺼멓게 변한 운동화를 보고 자신이 먼저 놀라는 일도 있었다는 것.
장씨 가게의 천장은 줄줄이 갈라져 아직도 연기가 새 나오고 있었다.
이 가게를 비롯해 지하 점포 모든 상인들은 이번 화재의 위력에 날이 갈수록 혀를 내두르고 있다.
환풍기와 배수로를 타고 온 연기는 중앙로역에서 100여m쯤 떨어진 한일극장 주변상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
이곳에서 안경 가게를 운영하는 이응재씨는 "1억여원을 투자해 최근 들여온 전자식 연마기, 굴절검사기 등이 모조리 작동을 멈췄고 책상서랍에 종이 봉투로 싸 놓은 50만~60만원 상당의 각종 안경알도 모두 누렇게 변색됐다"며 "연기가 어떻게 이곳까지 침투했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해 했다.
지하 점포 상인들은 또 지하철 운영 재개가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의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다.
ㅁ금속 신봉환 사장은 지금까지 20년동안 중앙로 역 부근에서만 장사를 해 왔지만 이처럼 어려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지난 21일 내야할 130만원의 점포세를 아직도 내지 못한 신 사장은 "하루 100만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1만원도 힘들다"며 "지난 25일부터 정상 영업을 하고 있지만 신규 손님은 아예 없고 단골 손님들만 드문드문 찾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일극장 주변 한 구두가게 주인도 물적 피해는 중앙로역 부근보다 훨씬 적지만 손님이 아예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루 매출액이 50만~60만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하루 한 켤레 팔기도 힘들다는 것.
그는 "매달 지하상가를 관리하는 대현실업에 85만원, 가게 주인에게 13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며 "이같은 상황이 6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장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무용복, 수영복, 청바지, 니트 등 각종 의류 판매 업체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다른 제품들보다 연기에 그을린 표시가 특히 심해 모든 품목들을 창고에 쌓아 두고 신규 상품들을 50% 세일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하 상가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대현실업에 따르면 지하철 157개 점포의 지금까지 피해상황은 78개 업체 22억원.
지하 모든 점포들이 지난달 18일 화재 이후 3일동안 영업을 못했고, 유동 인구 또한 예전의 5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대현실업 안형길 관리팀장은 "점포 상인들은 유족 및 부상자 가족들을 신경쓰느라 자신들의 피해 상황을 마음대로 떠들지도 못한다"며 "지하철 운영 재개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상인들에 대한 피해 보상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이같은 힘든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지하 점포 상인들은 화재 바로 다음날부터 일제히 점포 복구에 나섰다.
화재가 일어난 중앙로 역 부근 상인들은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연일 가게 내 천장, 벽, 상품들의 그을음을 제거하고 있다.
이곳에서 카메라 점포를 운영하는 최병철씨는 "상인들간 협력체를 구성, 공동 할인 판매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억대의 분양금을 쏟아 부은 상인들은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려고 힘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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