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사고 발생 10일

입력 2003-02-28 13:39:59

지하철 참사 발생 후 만 10일이 지났다.

그 사이 전국에서 수백만명이 모금에 참가하고 6만여명이 직접 조문했으며 연인원 1만여명이 현장에서 자원봉사했다.

그러나 아픔 함께하기는 사고 일주일 되던 지난 25일을 고비로 한풀 꺾여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 열렬한 국민적 동참에도 불구하고 사후 처리가 원만히 진행되지 못하는 것 역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조문= 27일까지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무려 6만여명. 부모와 함께 전국에서 찾은 고사리손과 중고생들이 눈물을 보탰고, 졸지에 슬픔을 당한 이웃과 함께 하려는 일반 시민들이 조문객의 90%를 차지했다.

조문객은 지난 20일부터 많이 늘어 하루 7천~8천명에 달하다가 26일부터 하루 2천명 내외로 감소했다.

국내 주요인사 중에서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김수환 추기경, 전두환 전 대통령, 박관용 국회의장, 장관들, 여야 국회의원 등이 조문했다.

월드컵 축구스타 이천수·김병지 선수, TV 일일연속극 '인어 아가씨' 주인공역 장서희·김성택씨, 탤런트 김남주씨 등 인기연예인의 발길도 이어졌다.

한미연합사령관을 대리한 미군 맥케일 준장, 미 20지원단장 조이너 대령, 대구시와 자매결연한 일본 히로시마시 위문사절단, 일본 중의원 하토야마 유키오 의원, 뉴욕 한인회 김석주 회장 등도 분향소를 찾았다.

◇성금= 2천원씩인 ARS 모금에 무려 130여만명이나 참여해 25억원 이상을 모았다.

27일까지 모인 돈은 무려 377억여원에 달한다.

사실상 전국민이 참가한 셈. 2천635명이 236억원을 대책본부에 접수했고 더 많은 숫자의 시민들은 116억원을 언론사들에 맡겼다.

그러나 지난 26일부터는 기탁액이 하루 10억원대로 주춤했다.

고액 기탁이 19~23일 사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데다 점차 일반 분향객마저 줄었기 때문. 대기업 중에는 삼성그룹이 50억원, SK텔레콤과 LG그룹이 각 30억원, 현대그룹이 20억원, 롯데와 국민은행 각 10억원, 현대중공업이 6억2천만원, KT·한진·포스코가 각 5억원, 신한은행이 3억4천만원, 금호그룹이 3억원, 신세계·CJ주식회사가 각 3억원을 냈다.

역내에서는 대구은행이 3억300만원, 화성산업 동아백화점과 대구백화점이 각 1억원을 보탰다.

직접 분향소를 찾았던 많은 시민들도 분향에 그치지 않고 1만~2만원씩 주머니를 털었다.

◇성품= 빵·우유·음료·떡·라면·김·생수·딸기·밀감에서부터 추어탕 같은 음식, 국화 꽃송이, 주사기, 마스크 등 종류가 다양했다.

피해자 가족을 위해 대형 TV, 속옷, 담요, 양말, 수건, 칫솔, 치약을 기부하는가 하면 헌혈증서나 묘터를 내놓은 사람도 있었다.

27일까지 접수된 것은 9만5천여점, 기탁자는 129명의 개인·단체였다.

조문객·성금 등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성품은 매일 1천여점씩 지금도 꾸준히 답지하고 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자원봉사= 연인원 1만여명이 봉사에 참가했다.

지체장애인협회를 포함한 425개 단체가 봉사를 주도했고, 정당들도 봉사단을 파견했다.

대구가톨릭대, 대구 영락교회, 영남불교대학, 화원읍 고향주부모임 등 10여개 단체는 입원 환자 간병을 맡고 나섰다.

하나님의 세계복음선교협회(70명), 대구시 새마을협의회(69명), 새생명복지회(60명), 삼성사회봉사단(55명),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봉사단(40명), 적십자사 대구지사(30명), 농협 대구본부(〃), KT 대구본부(〃), 한국기독교연합회 봉사단(〃), 대구은행 봉사단(〃) 등은 아예 식당을 차려 식사는 물론 컵라면·커피·음료수·과일까지 무료 제공하고 있다.

◇사고수습 진통=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47명)의 장례는 완료됐다.

신원 불상의 사망자 7명에 대해서는 DNA 유전자 감식이 진행되고 있는 중. 11개 병원에서는 122명이 아직도 치료받고 있으나 위독한 중상자 2명 외에는 대부분 완치가 가능할 것으로 수습대책본부는 기대하고 있다.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은 재로 발견된 유해들과 실종 신고된 사람들. 유해에 대해서는 신원 감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절반 가량은 이름조차 되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종 신고자는 289명이나 되는 반면 신원 미확인 유해는 149구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가족들은 연소된 상당수 사체가 진화·뒤처리 과정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어려워졌는데도 지하철공사는 중앙로역 현장 잔재물을 임의 정리했다가 뒤늦게 사체 조각까지 발견되는 사태를 빚음으로써 문제를 해결 불가능 상황으로 몰아넣고 신뢰까지 잃었다.

이때문에 현재는 사고수습 대책본부를 중앙정부 소관으로 옮기는 문제가 초미의 시비거리로 부상해 있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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