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주변 이모저모

입력 2003-02-27 13:23:01

○…지하철 참사 발생 10일째로 접어들면서 대구시민회관에서 생활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건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6일 오후 4시쯤에는 딸 정지영(27·김천 평화동)씨를 잃은 어머니 정영선(51)씨가 실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임시진료소 관계자는 "밤을 지새우다 보니 피로·감기 등 증세가 나타나고, 가족을 잃은 심리적 요인때문에 탈진도 적잖게 발생한다"며 "집단생활이 길어질 경우 수인성 전염병도 우려된다"고 했다.

○…인기 연예인들의 조문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오후에는 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의 주인공역 장서희·김성택씨가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가족을 위로했다.

장씨는 "모든 국민들이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으니 용기를 잃지말고 아픔을 딛고 일어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하철 참사 발생 후 매일 시민회관 수습대책본부로 출근해 상주하던 조해녕 대구시장이 26일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구구한 추측이 난무했다.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 "현장 훼손과 거듭된 말바꾸기로 불신이 높아지자 도피성 결근을 한 것 아니냐?" "책임론이 고조되자 과로를 핑계로 입원한 것 아니냐?"는 말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사기관에 소환된 것 같다"는 설까지 돌았던 것.

그러나 대구시 관계자는 "심신이 피로한데다 사건이 수습되기는커녕 갈수록 악재가 겹쳐 이날 종일 시청 집무실에서 대책에 고심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지난 25일 밤 경찰에서 조사 받고 지하철공사로 돌아 온 윤진태(62) 당시 사장은 7층 홍보팀 사무실로 올라 가 "내가 제일 큰 죄인"이라고 심경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3명과 기자 2명 등이 있던 자리에서 윤 사장은 "우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하철공사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없더라도 열심히 해 달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사건 수사본부 수사관들은 "이런 시스템과 기관사 훈련 수준의 지하철을 지난 6년간 대구 시민들이 타고 다녔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한 수사관은 "대곡행 전동차는 안심행 전동차에 불이 한참 번지고 있는데도 2개 역이나 거치며 꿋꿋하게 중앙로역으로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며 "자동화 시스템도 좋지만 최소한 기관사의 상황 판단 능력은 키워 줘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수사본부는 혹시 수사정보가 누출될까봐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여 지하철공사나 행태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26일 오전엔 공식 브리핑이 끝난 뒤 나가는 기자들을 두고 수사본부 관계자들이 "녹음기 챙겨 가라"고 소리를 지르는 일도 발생했다.

실수로 두고 가는 척하면서 수사진행 상황을 녹음하려는 기자가 있을까 봐 그랬다는 것.

○…대구지하철 참사 주원인 중 하나가 됐던 전동차 단전과 관련, 전동차 전력 공급 상황을 총괄하는 전력사령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매일신문 취재팀이 26일 오후 찾아 가 "어느 범위까지 전력 공급상태를 점검할 수 있느냐"고 묻자 김원수 사령실 직원은 "알려줄 수 없다" "나는 모른다"고 발뺌했다.

○…참사때문에 대구시가지 전체의 분위기가 침통한 가운데 27일 개점하는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그 탓으로 손님이 적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지하철 이용객을 주고객으로 상정했던데다 건물 신축공사 중 사고가 잇따르기까지 했기때문.

백화점 관계자는 "이상하게 대구와는 인연이 없는 것 같다.

자꾸 악재가 겹친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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