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하늘은 컴컴하고 비가 오는가 하면 산간 지역에서 눈이 내리는 궂은 날이 계속되었다.
엄청난 사고를 겪어서 봄마저 차마 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느낌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할 터인데 하늘은 연일 시커먼 흐린 빛깔이다.
봄은 그래도 올 것이 분명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가슴은 얼마나 시리고 고통스러울 것인가? 함께 맞이해야 할 봄이 저만치서 머뭇거리기만 할뿐 차마 오지 못하고 한줄기 빗방울로 맺혀 떨어지고 있다.
땅도 우수에 젖어 있고 하늘도 그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망자들의 눈물을 흩뿌리고 있다.
살아 있음이 차라리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일어서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인간의 삶이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등, 계절의 변화는 뚜렷하지만 사람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미물일 따름이다.
인간에겐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 오직 현실뿐이라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갖게 된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밝은 미래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의 어느 것도 순리를 거스르고 타자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문제일 것 같다.
혼자 죽기 싫어서 불을 질렀다.
어느 50대 사나이가 지하철에 불을 지르고서 들려주었다는 말이다.
그는 짧은 순간 세상을 향해 네로황제와 같은 심보를 드러내고서 엄청난 고통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단순히 정신병자라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런 부류의 반사회적 인간들은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개인의 잘못 형성되어진 인격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자연과 국가에게도 결국 엄청난 피해를 입히게 되었다.
우리가 딛고선 땅에는 이와 비슷한 광기들이 엄연하게 도사리고 있는가 하면 현실로 불거져 나올 가능성을 충분하게 안고 있다.
소박한 삶을 꿈꾸며 지하철에 올랐던 망자들에게 저승에서나마 영원한 평화과 안식을 빌어보고 싶다.
너무도 참혹한 이 세상에서의 고통은 잊어버리고 부디 행복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김인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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