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딸이 이경희씨에게

입력 2003-02-26 12:11:29

당신에게!

여태껏 호강 한번 해보지 못했고, 사는 것이 무언인지 그처럼 재산걱정 자식걱정하면서 너무나 열심히 살았잖아.

이세상 어느 가정부인이 당신만큼 근검절약하면서 자나깨나 자식 잘되라고 빌고 빌더니.

여보, 이것이 무엇이냐.

저 세상 가는 길 모든 한을 놓고 극랑왕생하길 바래.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남편이

엄마!

엄마딸 민이 왔어요. 진수는 화요일날 귀국한대요.

그토록 좋은 엄마를 저에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별 고통없이 임종을 맞았죠.

엄마 전날에 같이 목욕갔다 왔잖아. 목욕하고 임종맞으면 좋은 곳 간대요.

부디 생로병사의 고통 없는, 다시는 아픈 허리 때문에 고생받지 않는 곳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그토록 좋은 엄마를 저에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의 사랑하는 딸이.

-사고 현장인 중앙로역 입구에 놓여진 실종자 이경희씨의 남편과 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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