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자원봉사 손길 몰려

입력 2003-02-24 12:11:42

참화 속에서도 시민 정신은 빛났다. 참사 피해자들을 도우려는 발길들이 전국에서 몰려 들었다. 이들 자원봉사자는 무뚝둑한 대구 정서를 다정다감하게 바꾸고 있다.

◇얼마나 왔나? = 삼성그룹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사회봉사단은 지난 19일부터 80명을 파견, 대구시민회관 사고대책본부 일대에 상주시키고 있다. 이 봉사단은 1천500명분의 저녁 식사와 500명 분의 컵라면, 생수, 음료수 등을 매일 대접하고 있다.

삼성 이외에도 5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를 파견해 상주시키는 직장.단체는 모두 8개나 된다. KT대구본부(60명), 적십자사 대구지사 협의회(50명), 농협 대구본부(60명), 대구은행 봉사단(50명), 구세군 대구경북본영(50명), 롯데백화점 대구점(50명), 하나님의 세계복음선교협회(70명), 새생명 복지회(60명) 등이 그들. 대부분 음식과 음료수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23일까지 285개 단체 7천300여명(누계)이 봉사해 하루 1천200여명 꼴에 달했다.

개인적으로 봉사를 신청한 사람도 23일 오후까지 누계 100명을 넘어섰다. 대학생.직장인은 물론이고 손해사정인, 심리학 교수 등 전문직까지 찾았다. 그 가운데는 멀리 서울.경기도.충남.충북에서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보은군에서 왔던 사람들은 21일 하룻 동안 설거지를 맡아 했다. 또 서울 용산에서 근무하는 제리 브루노씨 등 주한 미군 4명도 지난 21일 찾아 와 음료수를 나눠주는 등 피해자 가족을 위로했다.

◇어떤 일 하나? = 식사를 만들고 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봉사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일. 이들 덕분에 상주하는 700여명의 유가족.실종자가족과 수백명의 수습대책본부 관계자, 방문객 등 도합 하루 2천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식사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다.

직원 10여명과 함께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는 화성산업 자원봉사단 김경용(37) 과장은 "아직 겨울이라 24시간 봉사를 계속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보람도 크다"며 "회사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KT 대구지사는 분향소.대기실에 30대의 전화기를 설치해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이 쓸 수 있게 했으며, 대구시 의사회.약사회에선 관련 인력을 파견해 쇠약해진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

심리상담 전문가 집단인 카운피아닷컴은 심리상담 봉사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전종국(44) 대표는 "유가족 등이 이번 충격 극복 방법 등을 많이 물어온다"고 했다.

대학생 등 개인적으로 찾아온 봉사자들은 짐 나르기 등 '맨손 봉사'를 하고 있으며, 시민회관 외에 대구시내 부상자 입원 병원에서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간병 일을 자청하고 있다.

◇자원 봉사 활성화 계기로 = 대구시는 예상 외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몰리자 앞으로의 자원봉사 정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시 윤재선 자원봉사 담당은 "사고 당일이던 18일 오후부터 자원봉사 신청이 밀려들었다"며 "할 일을 주지 못해 대구시가 고민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많은 자원봉사자들은 할 일이 없어 신청을 하고 현장까지 왔다가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간병인 신청을 했던 한 봉사자(22)는 "간병 전문성이 없는데다 가족들까지 꺼려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며 "자원봉사가 활성화 되려면 자원봉사 경험자를 인재풀 형태로 관리해 분야별 전문 봉사자로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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