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마침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경기가 나쁘면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경제 사정으로 볼 때 소비 위축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소비진작'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한만큼 가계지출 동결은 곧 우리 경제의 중심 축이 흔들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렇다고 이제 재정지출을 섣불리 확대할 수도 없다.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증대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불량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는 땅에 떨어졌는데도 소비는 전혀 늘지않는 전형적인 '일본형 장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은 280만4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지만 지출은 0.5% 감소했다고 한다.
가계지출이 이처럼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98년 4/4분기 이후 4년만이다.
내수침체 국면의 본격적인 출발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TV 컴퓨터 캠코더 등 교양오락기구 지출이 23.5%나 감소, 우리 경제의 효자 종목인 IT 전자산업의 위축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소비위축에도 신용불량자는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1월말 현재 30만원 이상의 금융회사 빚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불량자가 작년 12월 말보다 10만6천명이 증가, 274만명을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기 회복의 엔진은 식어가는데 사회는 불신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으니 우리 경제의 역동성(力動性)은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됐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양적(量的) 성장의 욕심을 버리고 불확실성 제거에 총력을 모아야한다.
때마침 방한한 미국 국제경제연구원(IIE) 마커스 놀랜드 박사는 "한국 경제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 북핵, 가계금융 부실, 이라크전쟁 가능성 등 네 가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북핵과 이라크 전쟁은 외적 변수지만 나머지 요인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그것이 바로 새정부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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