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 사고 전동차 현장확인

입력 2003-02-21 13:22:39

월배 차량기지로 옮겨진 사고 전동차 내부는 끔찍하기 그지 없었다.

20일 국립수사연구소 요원 등 신원확인팀을 따라 객차 내부로 들어가던 실종자 유가족들은 충격에 쓰러질 듯했다.

◇처참한 현장=실종자 가족 대표 4명은 20일 오후 4시쯤 차량기지 주공장으로 들어섰다.

70구 이상의 사체가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1080호 전동차가 있는 곳. 차체 감식을 위해 전날 높이 들어 올려져 있던 전동차가 이날은 레일 위로 내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레일 위 곳곳엔 객차에서 흘러내린 물질들이 붙어 있었다.

주공장 셔터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30여m 앞에 있는 전동차로부터 심한 악취가 확 덮쳐왔다.

목이 매캐할 정도. 실종자 가족 최원일(41)씨가 아버지 생각에 울컥 치미는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가족 대표들은 6호 전동차의 뜯겨진 문으로 들어섰다.

그 앞의 광경은 참혹 그 자체. 바닥에는 재와 타다 남은 석면이 수북해 밟는 느낌이 꼭 눈을 밟는 것 같았다.

벽에는 녹아내린 온갖 물질들이 늘어붙어 있었다.

문은 닫히고 유리창은 모두 깨진 상태.

정확한 유골의 개수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두개골, 목뼈, 갈비뼈 등 유골과 시신 잔해가 잿더미 속에 반쯤씩 묻혀 있었다.

의자에 누운 상태인 한 시신은 하얗게 전소돼 있었다.

많은 시신들은 검게 그을렸고 두꺼운 점퍼를 입었던 어떤 시신의 등 부분에는 천 조각이 눌어붙어 있었다.

옷가지가 뼈에 눌어 붙은 유골도 있었다.

시신들은 출입문 쪽으로 몰려 있었다.

한 가족은 좬불 탄 닭장 같다좭며 목이 메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주공장에 머문 시간은 40여분. 그러나 객차 안을 둘러볼 수 있었던 시간은 불과 몇 분이었다.

◇신원 확인할 수 있을까?=실종자 가족 김문철(45)씨는 좬시신들 상태가 참혹하지만 잿가루 상태는 아니다좭고 했다.

유전자 감식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는 마지막 희망을 봤다는 것. 김씨는 사고 때 좬연기가 너무 많아 숨이 막힌다좭는 아내의 마지막 전화를 받았던 사람이었다.

이들 가족들이 이곳에 도착한 것은 신원확인팀의 시신 분류 작업이 한창이던 때. 확인팀은 그에 앞서 객차 내부와 유해 모습을 촬영한 비디오 화면을 보면서 작업 대책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내려진 판단은, 시신 수습에만 5일 이상 걸리고 실제 감식에는 당초보다 긴 석달 이상의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시신 감식은 21일 시작됐다.

◇확인팀의 계획=과학수사연구소 감식팀, 경북대 법의학팀, 대검 감식반 등의 이곳 현지 요원 30여명은 20일 늦도록 우선 전동차 안의 유골 분류작업에 매달렸다.

이날 확인팀은 1080호 전동차 6호차에서부터 작업을 시작, 객차 안을 60cm 간격의 여러개 섹터로 나눠 좌표를 정하고 유골에 번호를 붙였다.

그러나 유골 대부분이 엉켜있고 훼손이 심해 X레이 투시기로 시신겴?炷?현재 위치와 상태를 먼저 점검곂?曠?예정.

확인팀은 분류작업이 끝난 유골부터 부패를 막기 위해 냉동 처리하면서 그 자리에서 유전자를 채취할 계획이다.

당초엔 외부로 옮겨갈 계획이었으나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 또 훼손이 심해 유전자 채취가 불가능한 시신에 대해서는 안면복원술 등 첨단기법을 동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21일부터는 국과수 20여명, 경북대 법의학팀 7명 등 확인팀이 추가 보강될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쯤 사체 숫자 확인될까?=신원확인팀 관계자는 좬일단은 시신이 70여구 되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구체적인 사망자 수는 21일 오후나 돼야 파악이 가능할 것좭이라고 말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좬이번 주 내로 시신 수습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이 작업에만도 5일 이상 걸릴 수도 있다좭고 전망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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