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까지 까맣게 그을린 것 같습니다" "제가 드리는 건 꽃 한 송이이지만 당신을 추모하는 마음은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19일부터 시작된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사망자들에 대한 추모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 이틀째인 20일에도 5천여명의 시민들이 사고 현장을 다녀 가 20일 아침부터 중앙로역 2번 출구 앞에는 국화 수 천 송이와 촛불 수 천 개가 놓여졌다.
시민들은 차분하고 경건하게 사망자들의 넋을 기렸으나 일부는 추모 중 슬픔을 못이겨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들이 남긴 추모의 글에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저녁이 되면서 추모행렬에는 학생.직장인.가족.연인들이 합류해 사고 현장 주변에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황지은(25.달성군 논공)씨는 "가족이 변을 당한 것처럼 슬프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유은주(17.경명여고2)양은 "직접 와 보니 당시의 참혹함을 더 잘 느낄 수 있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빠와 함께 온 여하경(8.계성초교2)양은 "끔찍하다"며 말문을 닫았다.
대구지역 37개 시민단체들이 함께 만든 '대구지하철 참사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 회원 300여명은 20일 오후6시 중앙로역 아카데미극장 앞 출입구에서 촛불 추모행사를 열었다. 오후 7시쯤엔 영남불교대학 스님들과 신자 100여명이 사고 현장에서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노천 천도제를 지냈다.
유가족과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개설된 매일신문사 홈페이지 성금 마련용 추모게시판에는 매일 수천명이 방문해 애도의 글을 남기고 있다.
◈ 방송 오락프로도 추모프로 대체
대구 지역 방송사들이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뜻에서 오락성 프로그램을 당분간 중단하고 추모 특집 방송을 내보낸다. 또 시사.교양프로들도 지하철 참사를 주제로 한 특집물 준비에 나서 당분간 추모 방송이 이어질 예정이다.
대구MBC는 23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1시간여 동안 지하철 참사를 되짚어 보는 특집물을 준비하고 있으며 24일 오후 '텔레콘서트'를 취소하고 추모물을 방송할 예정이다. 또 MBC는 22일 오후 예정된 '음악캠프' '코미디하우스' '강호동의 천생연분' 등을 잇따라 취소하고 '특집 대구지하철참사 성금모금 음악회 1.2부'를 방송한다.
대구MBC 관계자는 "방송사 전 제작진이 지하철 참사 특집물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시민적인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는 차원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는 추모물을 당분간 계속 방송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 KBS는 21일부터 이틀간 오전 8시 30분부터 긴급편성으로 '대구지하철 참사' 1.2부를 자체 특집으로 방송했다. 또 '폭소클럽'(2TV), '가족오락관'(1TV) 등 오락물을 취소하는 대신 '특집 사랑의 리퀘스트' 1.2부 등 추모물을 방송키로 했다.
TBC(대구방송)도 22일 오전 7시 30분부터 '특별생방송 대구지하철 참사'를 방송한데 이어 23일에는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지하철 희생자 추모 프로그램을 내보낼 예정이다. 또 SBS측도 주말에 예정된 '코미디타운' '생방송 SBS 인기가요' '대통령 취임 전야제'를 취소하고 지하철 참사 추모 특집물로 대체키로 했다.
이밖에 '추적60분'(KBS2TV), '그것이 알고싶다'(SBS) 등 방송 3사의 대표적 시사프로그램 제작진 대부분이 대구에 내려와 지하철 참사의 진상과 향후 대책 등을 담은 특집물 제작에 나서고 있어 다음주말까지 방송 3사의 추모 특집물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라디오 프로그램들도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음악프로가 주를 이루는 FM 방송들의 경우 '댄스'곡 등을 자제하고 있으며 AM 방송은 TV 추모 생방송과 자체 특집물을 내보내고 있다.
◈곳곳서 추모 예술행사
대구지하철 참사와 관련, 대구문화예술인들도 애도의 물결에 동참했다.
대구예총 및 10개 회원단체 회장들은 20일 오후 4시 분향소가 설치된 대구시민회관을 방문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예총은 각 협회에 모금함을 설치,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검은 휘장을 제작, 배포했다.
또 대구음악협회(회장 최영은)는 21일 오후 4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입구에서 희생자 추모음악회를 가졌다. 이 음악회는 공식적인 추도기간인 23일(23일은 오전 10시)까지 계속되며 대구심포닉밴드 단원들인 배승호.이상윤(이상 트럼펫) 이영규(혼) 김인경(트럼본) 김일천(튜바)씨 등이 참가했다. 대구음협은 대규모 추모음악회도 가질 계획이다.
한국전업미술가협회(회장 김춘옥)는 지하철 참사 유족돕기 자선전시회를 26일부터 3월 4일까지 서울 갤러리 올, 3월10일부터 16일까지 대구 대덕문화전당에서 각각 열기로 했다. 서울 작가 85명과 대구 작가 40명이 작품 1점씩을 내놓기로 했으며 판매금은 전액 유족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이봉수 대구지회사무국장은 "화가들도 비극적인 참사를 당한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뭔가 보탬이 될 만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017)501-9569.
대구문인협회(회장 박해수)도 27일 이사회를 열어 피해 유가족 돕기 모금운동과 추모 시 낭송회를 비롯한 추모행사 개최 문제를 논의키로 하고 3월 출간되는 계간지 '대구문학'에 추모시와 추도글을 싣기로 했다. 대구무용협회(회장 백년욱)도 22일 이사회를 열어 희생자 추모 행사를 논의키로 했다.
한편 22일 정태춘.박은옥 콘서트를 기획했던 성우기획(대표 배성혁)은 3월중 정.박씨를 초청, 추모공연을 갖기로 했다. 공연과 함께 수익금 일부와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성금함을 마련, 참사가족돕기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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