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틀째인 21일 오전 10시께부터 참가자들은 남측 가족의 숙소인 금강산 해금강호텔 객실에서 두 시간 남짓 가족별 상봉 시간을 가졌다.
북측 이산가족 99명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기증했다는 '조청애국호' 버스 3대에 나눠타고 해금강호텔에 도착했다. 북측 가족들은 남측 가족.친척에게 줄 선물이 든 대형 여행용 가방 한 개씩을 들고 방에 들어와 눈길을 끌었다. 가방에는 한결같이 들쭉술 2병, 인삼주 2병, 자개함, 비단 옷감 등이 가득 들어 있었다.
김일성 종합대 교수를 지냈다는 김동인(69)씨는 남쪽 동생 동한(56)씨에게 "10년 전에 어머니에게 드리려고 준비한 선물이 있다"며 비단 옷감을 꺼내들고 "어머니 묘소에 보여드려라"라고 당부했다.
김형직 사범대 교수를 지낸 김경수(77)씨는 반세기 만에 만난 남쪽의 동갑내기 아내 이임노씨의 얼굴을 만지며 "사랑했고, 사랑해왔지"라고 말했다.
이씨는 "서로 한 방에서 자야 하는데 혼자 지낸 지난 밤 잠도 잘 못 잤다"며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김씨는 다섯 살, 세살 때 헤어졌던 두 딸 영옥(57).영신(55)씨로부터 큰 절을 받았다.
남측 황명옥(58)씨는 북측 아버지 병화(77)씨에게 손수 짠 목도리를 둘러주며 "아버지 소식을 알고서 내가 밤낮으로 짰다"고 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 병화씨는 "네가 울면 내가 더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북측 한진택(67)씨가 "외아들인데 이렇게 누이들과 만나니 얼마나 좋나. 난 행복자이다"라며 "건강하고 안 늙고, 김정일 장군님 덕분에 잘 사니 부러울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남쪽 막내 여동생 영자(58)씨는 "오빠 얼굴이 밝으니 너무 좋다"고 대답했고 다른 가족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볼수록 좋아요"라고 화답했다.
남쪽 어머니 권수경(92)씨는 북측 아들 리평재(68)씨 앞에서 '사랑하는 손자 손녀에게, 세월이 무상하지, 53년이 지나'라는 말로 시작하는 편지를 직접 읽었으며 "몸 건강해라, 통일되면 만나자"라고 당부했다. 북측 아들 리씨는 구순의 노모를 등에 업고 반세기 만에 짧디 짧은 효도를 했다.
이날 가족별 상봉은 대부분 가족들만 한 방에 있는 가운데 이뤄졌지만 취재 대상 10가족의 상봉 장면은 일부 공개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개별 상봉에 이어, 북한의 금강산여관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한 뒤 저녁에는 온정각휴게소 옆 현대문화회관에서 모란봉교예단의 서커스(교예) 공연을 관람한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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