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실종자 가족의 하소연

입력 2003-02-21 12:34:07

"시신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촌 유전자 검사를 제발 좀 해 주세요".

20일 오전 9시쯤 월배차량기지 앞에서는 실종자 가족 신기영(27.여.구미)씨가 달성군 논공의 한 병원에 안치돼 있는 사촌 사체에 대해 한시바삐 조치해 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요원들이 차량기지에 견인돼 와 있는 전동차 속의 유해 신원 확인작업을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 떨어져 안치돼 있는 자신의 사촌 사체에도 손을 써달라고 찾아온 것.

신씨는 경찰관 채용 시험용 신체검사를 받으러 간다며 대구 적십자병원으로 간 사촌 민정(27.여)씨가 실종돼 온 병원을 돌아다니다 19일 오후 6시쯤 돼서야 논공의 한 병원에서 신씨로 보이는 사체를 찾았다고 했다. 그러나 병원측은 사체가 심하게 훼손된데다 혈액이 응고됐다며 혈액 채취 등 아무 조치도 않고 있던 상황. 담당 의사는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만 남겨 놓고 퇴근하고 없더라고 했다.

신씨 가족들은 병원측을 많이도 원망하고 있었다. 전화로 물었을 때 병원측은 "유류품이 없고 남녀 구분이 안된다"고 했지만, 가족들의 확인 결과 성별 확인이 충분히 가능한 것은 물론 신씨 것으로 보이는 금목걸이까지 발견됐다고 했다.

신씨가 이날 차량기지까지 과학수사연구소 요원들을 찾아 온 것은 병원측 답변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혈액 채집을 할 수 없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팀에 의뢰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는 것. 이러다 사체가 그냥 썩어가 버리면 나중엔 진짜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고 발을 동동거린 신씨는 "사체 이송 직후 병원 측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줬더라면 신원 확인이 훨씬 빨라졌을 것"이라고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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