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380명...대부분 숨진듯

입력 2003-02-21 09:32:38

탑승 추정 인원과 비슷...감식팀 사체 증가 예상

대구지하철사고 수습대책본부에 신고된 실종자 수는 21일 오전 현재 380여명. 이 중 상당수가 지하철 참사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사체가 유실되거나 신원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일까지 발견된 사체는 수습사체 54구와 전동차 안 미수습 사체 등 130여구 정도다. 이중 신원이 확인안된 사체는 수습 사체 8구와 전동차 안 미수습 사체를 포함 80여구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실종신고자 수는 그 4배가 넘는 380여명에 달한다.

사고 발생 3일이 지났지만 대책본부 역시 정확한 피해 규모를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종자 대다수가 이번 참사에 희생됐을 정황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일 현장을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전문가들은 사체 수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대구지하철공사 운수팀은 20일 사고와 같은 요일.시간대 혼잡도 조사에서 사고 전동차에 410명(불탄 객차 225명, 맞은 편 객차 185명)이 탄 것으로 추정 발표했다. 신고된 실종자 수와 근접한 수치이다.

물론 승객 일부가 탈출(부상자 포함)했다.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승객외 역무원, 상가 근무자, 통행객 등이 최소 100여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 중 적잖은 사람들이 실종자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하 2층에서 근무하던 청소부 3명이 숨져 지하 1, 2층 사람들의 희생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외에 사고 당일 후불제 지하철카드를 사용해 지하철을 탔다 하차후 개찰구에 체크아웃을 하지 않은 승객도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상당수가 변을 당해 실종자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

실종자들이 방화참사의 희생자일 가능성이 높은 근거는 더 있다. 지난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경우 신고된 실종자가 109명이었다. 국과수의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한 신원확인 작업결과 최종 실종자는 4명으로 줄었다. 신고 실종자 109명중 105명이 붕괴사고 희생자로 밝혀진 것.

또 2001년 미국 9.11 테러 실종자 1천455명의 신원이 속속 밝혀지면서 대다수가 테러 희생자로 드러났다. 실종자 가족들도 "사고 발생 3일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안된다"며 "모두 지하철을 이용하던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참사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및 미 테러와 달리 방화사고여서 신원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중앙로역이 '불가마'로 변하면서 전동차 쇠구조물까지 녹아내릴 정도였다. 이 때문에 많은 사체들이 재나 미세한 조각이 되버렸다. 게다가 고압의 진화 소방호수에 재로 변한 유골이 씻겨 내려갔다는 현장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따라서 신원 확인은 물론 정확한 희생자 수 파악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재가 된 사체나 지름 2, 3cm의 뼛조각은 고압의 소방호수물에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경북대 법의학팀 곽정식 교수도 "화장한 유골 재로는 유전자 감식을 통한 신원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종자 처리 문제는 향후 지하철 참사 수습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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