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지하철 방화 참삼와 관련, 20일 오전 첫 비행기로 대구를 방문, 곧바로 사고 현장인 중앙로역를 찾았다.
노 당선자는 대구시 소방본부에서 마련한 지휘본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참사 현장을 둘러봤다.
노 당선자는 현장의 매캐한 냄새를 맡으면서 선로에서 당시 상황을 김신동 대구시 소방본부장에게 묻기도 했다.
또 소방공무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잠은 좀 자느냐"며 노고를 위로했다.
이어 노 당선자는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영남대 병원을 방문, 부상자 병상을 돌아보고 일일이 손을 잡고 위로하면서 "불행중 정말 다행"이라며 "앞으로 이런 사고가 안 나게 하고 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게끔 점검과 단속을 하겠다.
걱정말고 잘 회복하라"고 위로했다.
노 당선자는 또 대구 시민회관 소강당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2층에서 실종자 및 유족 대표들을 만나 사고수습대책에 대한 건의를 받았다.
유족대표들은 "실종자 수가 320여명이나 되는데 대구시가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실종자 기준을 유족들이 인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이들은 또 "사고 현장에 유류품이 남아 있을 지도 모르는데 지하철공사가 군병력을 동원, 청소를 해버렸다"며 "실종자 확인은 어떻게 하느냐"고 미흡한 대처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대구 지하철이 안전 대책없이 다시 달리고 있다"며 "대형사고의 위험성은 여전히 있다.
동일한 사고가 재연될 때 똑같은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100%다"고 말하고 지하철 운행 금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 당선자는 "실종자 인정 문제는 너무 걱정하지 마라"며 "사망 인정에 대해서는 법원이 최종 결정하겠지만 전문가들이 포함된 위원회를 만들고 국과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어 유족들의 건의가 계속 이어지자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며 "대구시와 경찰을 신뢰해 주자. 이런 문제에 대해 숨기고 거짓말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심이 있으면 대구시와 경찰이 아닌 다른 곳에 제기하거나 시민들이 참여해서 의심없이 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드리겠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노 당선자는 "사고 원인은 방화지만 대형 참사로 확대된 것은 설비 잘못이나 조치 잘못도 있다"며 "철저히 조사하고 나중에 국가적으로 유족들에 대한 보상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대구시장이나 관계자 모두가 내탓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정부가 예산 등의 문제에 빡빡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지하철 운행재개와 관련해서도 "즉각 대책을 세워 운행 중단이나 안전 진단을 임시로 하고 대구가 중요 국제대회도 예정돼 있는 만큼 지하철 안전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거쳐 이런 사고가 없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 당선자와 유족 대표들과의 면담 도중 유족들은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울부짖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 당선자는 귀경길에 대구공항에 도착, 귀빈실 입구에서 이날 대구에 도착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마주치자 "많이 도와주십시오. 곧 한 번 모시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전 전 대통령은 노 당선자에게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고 "서울에 있다보니 뭐라 할 말이 없어 분향하고 위로하려고 내려오게 됐다"며 곧바로 분향소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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