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20여명 이를 듯

입력 2003-02-19 12:12:08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2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직 60구 이상의 사체에 대해 분류작업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상당수는 상태가 워낙 나빠 신원 확인에는 최소 한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지하철1호선 사고대책본부(본부장 조해녕 대구시장)는 19일 오전 현재까지 사망자가 53명으로 확인되고 실종 신고된 사람이 162명에 이르며 144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1080호 전동차 안에는 최소 50여구, 많게는 70구 가량까지 추정되는 사체가 더 있고 입원 중인 피해자 상당수도 상태가 나빠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체들이 있는 1080호 전동차는 18일 밤 지하철 월배차량기지로 견인됐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수사팀 21명과 경북대 법의학팀, 경찰 감식팀 등이 19일 오전부터 이 전동차를 대상으로 대형 참사의 원인을 찾기 위한 차량 구조물 감식, 사체 수습, 신원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 등 작업에 들어갔다.

사고대책본부는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사체를 우선적으로 병원에 이송할 방침이지만 대다수 사체의 훼손 정도가 심해 신원 확인에는 상당 기일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불이 난 후 대구 중앙로역에 진입한 대곡 방향의 1080호 전동차는 10분 가량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 바람에 인명 피해를 키워 처음 불이 난 1079호 열차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문이 닫힌 문제와 관련해 "자동시스템으로 운행되는 대구 지하철 전동차에서는 단전 상황이 아니더라도 출입문 회로가 손상될 경우 자동으로 문이 닫힐 수 있다"는 증언이 나와 대구 지하철의 안전성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 지하철 관계자는 "이번과 같이 화재로 출입문 회로가 손상이 되면 정상적인 전원 공급상태라 하더라도 자동으로 문이 닫히게 된다"며, 정상적으로 전원이 공급되고 있던 18일 오전 9시57분 이전에도 기관사의 의사와 상관없이 출입문이 닫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항공기 운항 기록장치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전동차 운행기록장치인 'TIS'(Train Information System)가 이번 화재로 완전 연소돼 사고 당시의 운행 상황을 알 수 없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는 "TIS는 운행.고장 기록, 출입문 작동상황 등 운행 관련 정보를 알려주나 화재로 연소돼 당시 상황 분석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대책본부는 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했던 현장지휘소와 임시대책본부를 19일 오전 철수하고 대구시민회관 1층에 본부 상황실을 새로 마련했다.

대책본부는 18일 오후 시민회관 2층 소강당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키로 했으나 장소가 적절치 못하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저지로 19일 오전까지 분향소를 만들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 300여명은 '실종자 대책위원회'(임시대표 윤석기.37)를 만들고 실종자 가족을 위한 공간 확보, 시신 신원 확인 작업 참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1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