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긴박한 순간 휴대전화 통화

입력 2003-02-19 12:23:18

"엄마! 사방이 불바다예요, 빨리 구해주세요". "여보 숨이 막혀 죽을것 같아요, 애들이 보고 싶어요!"

18일 오전 9시55분 전후 대구 지하철 방화 대참사 현장. 생사를 넘나드는 긴박한 순간, 사랑하는 남편과 엄마.아빠를 애타게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휴대전화로 가족들에게 숨가쁘게 전달됐다.

희생자들은 휴대전화로 자신을 구해 달라거나 더 이상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애절한 이야기로 영원한 작별을 고해야 했다.

김모(39.대구 상인동)씨는 "사고시간 직후이던 오전 10시쯤 아내가 '불이 났다.

빠져나가지 못하겠다.

빨리 와서 구해달라'는 전화를 해 와 현장에 달려왔으나 아내가 행방불명"이라며 울부짖었다.

사고 현장을 찾은 박모(38.대구 율하동)씨는 "딸이 졸업선물을 사러 간 후 울면서 전화를 걸어 와 '연기가 전동차 안에 가득합니다.

빨리 구해주세요. 엄마 못볼지도 몰라요…'라는 말을 남기고 연락이 끊겼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18일 오후 현장으로 달려온 박모(44)씨는 고3 딸로부터 "엄마 살려줘" 하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딸이 시내에 있는 피아노학원에 간 뒤 연락이 없다는 것. 간신히 탈출했다는 김모(32)씨는 "불이 난 후 전동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탈출을 시도했으나 안되자 거의가 휴대전화로 '빨리 구해 달라'고 비명을 질렀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직후 대구소방본부 119상황실에 긴급한 상황을 알리는 휴대전화 신고가 접수된 것만도 150여통에 달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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