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지하철 안전대책

입력 2003-02-19 10:56:30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대참사는 과연 막을 수 없었는 사고인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있는 프랑스 파리 지하철과 내년에 개통 100주년을 맞는 미국, 75년 역사의 일본 등 지하철 선진국들의 지하철 안전대책과 평소의 화재예방 대책을 알아본다.

◇프랑스=수도권 승객을 포함해 연간 15억명 이상을 수송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 지하철은 지난 2001년 미국의 9.11테러 사건 이후에는 테러 범죄조직은 물론 사회불만세력과 정신이상자 등의 예상치 못한 공격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보고 강화된 재해 방지대책을 시행중이다.

파리지하철 운행기관인 파리교통공사(RATP)는 파리경찰청, 내무부 등과 연계해 많을 경우 역 별로 수십명의 경찰과 안전요원들을 배치해 지하철 역구내 및 열차 내를 순찰케 하는 등 지하철 구내 감시, 승객 소지 화물에 대한 검색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화재를 지하철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재난 중의 하나로 보고 평소에 화재방지 대책에 중점을 기울이고 있다. RATP는 화재시의 연기배출 방법에 대한 안내책자 발간, 지속적인 환기개선 장비구축 등을 통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질식에 의한 사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RATP는 그러나 예상치 못한 테러공격에 대한 대비는 일반 시민들의 협조와 공동노력 없이는 효과적일 수 없다고 보고 수시로 승객들에게도 의심스러운 짐꾸러미나 화물 등을 발견했을 때의 대처요령을 방송, 안내책자 등을 통해 수시로 환기시키고 있다.

◇미국=한때 범죄자와 걸인이 들끓는 곳으로 악명높았던 뉴욕시 지하철은 94년 취임한 검사 출신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시장이 강력한 단속을 펼치면서 안전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에는 또다른 테러공격의 표적이 될 우려는 크게 높아졌다.

이에따라 시 당국도 테러가능성이 높은 지하철 시설에 대한 경비를 한층 강화했다. 지하철을 테러위험으로 지켜내기 위해 뉴욕 경찰의 정예 특수요원인 '헤라클레스 팀'의 정기 및 부정기 순찰과 함께 사복요원들도 지하철에 탑승토록 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승객들을 감시하고 유사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고 뉴욕시 경찰청은 밝혔다.

뉴욕 경찰은 95년 사린 가스 테러가 발생했던 일본 도쿄(東京)와 지난해 테러리스트들의 지하철 독가스 테러 기도가 적발됐던 영국 런던 지하철의 사례를 연구해 유사한 사태의 예방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일본=도쿄, 오사카(大阪)를 비롯한 전국 11개 도시에 뻗쳐있는 일본 지하철의 하루 평균 수송 승객은 전체 인구의 10% 정도인 1천300만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일본은 평소 지하철 안전대책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68년 지하철 히비야(日比谷)선에서 일어난 차량 화재사고를 계기로 본격적인 지하철 안전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 이후로 35년동안 일본에서는 지하철 차량의 화재사고가 없었다.

일본이 지하철 차량화재를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은 차량 및 차량 내부의 재질을 불에 연소되지 않는 소재로 전면 교체했기 때문이다. 차량의 경우에는 알루미늄, 좌석은 난연성(難燃性) 섬유, 바닥은 난연성 수지등 모두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만들었다. 실제로 일본 소방당국이 실험한 결과, 좌석에 붙은 불은 다른 곳으로 옮겨붙지 않은 채 발화지점에서만 타다 20분 정도면 꺼졌다.

이에 따라 이번 대구 사고의 참사원인으로 지목되는 유독가스가 일본 지하철 차량에서 대량으로 발생할 이유는 근본적으로 제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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