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유족 "우린 어디로 가야 합니까?"

입력 2003-02-19 08:55:15

"이 병원 저 병원을 헤매다 여기로 왔는데, 여기서도 알 수 없으니...이렇게 이름만 불러야 합니까".

18일 밤 10시 대구지하철 참사 실종자 대기실이 마련된 시민회관에는 실종자 가족 700여명이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건지려 몰려 들었다. 핏발서린 두눈에는 눈물이 메마를줄 몰랐고, 아들.딸, 조카, 부인, 친구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실종된 가족.친지의 생사라도 알게 해달라고 몸부림쳤지만 그러나 대기실 어디에서도 이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상황판에는 사망자.부상자 인적상황, 후송병원 등은 기록돼 있었지만,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사상자에 대해서는 '신원미상'으로 처리돼 있을뿐, 간단한 정보조차 게재돼 있지 않아 실종자 가족의 애를 태웠다.

조모(39.경산시 중방동)씨는 "안치된 사체가 반지를 끼고 있는지, 10대인지 20대인지 정도라도 병원이 알여준다면 가족들이 이 병원 저 병원을 헤매지 않아도 될텐데"라며 "생사 여부조차 알길이 없어 가족들은 다시 이곳저곳 전화하고, 혹시 하는 마음에 딴 병원들을 헤매다녀야 할판"이라고 말했다.

또 한 가족은 "실종자 대기실이 있다고 해서 허겁지겁 왔는데 실종자에 대한 정보도, 이를 담당하는 관계자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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