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 반대편 전동차서 시신 70여구 발견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 화재로 공식집계상 사망자와 실종자 합계가 192명에 이르는 등 대형 참사로 확대되고 있다.
대구시소방본부가 이 날 저녁 8시 잠장집계한 바에 따르면 인명피해는 모두 188명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는 51명, 부상 137명이다. 실종자는 141명이다.
실종신고된 사람들은 대다수 사망한 것으로 소방본부는 추정하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방본부는 오후 9시 현재 화재가 난 반대편 전동차(안심발-대곡행)의 경우 2호차에 4명, 3호차 1명, 4호차 7명, 5호차 30명, 6호차 30명 등 총 72구의 사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날 사고와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물류분석팀과 법의학팀 등 21명의 조사요원이 저녁 8시쯤 현장에 도착했으며 사고원인 분석 및 시신수습에 들어갔다.
국과수는 화재가 어떤 이유로 번져 전동차 12량을 모두 태웠는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국과수의 수사가 시작됨에 따라 당초 피해 전동차를 월배 차량기지로 옮기려던 계획은 잠정 연기됐다.
수사 검사는 "현장보존이 중요하다"며 "정확한 화재 확산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전동차 견인을 늦출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19일 오전부터 지하철 1호선을 부분적으로 정상화시키려던 지하철공사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전동차의 정상 운행까지는 며칠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공사는 19일 아침부터 대곡발 전동차의 경우, 교대역까지, 안심발 전동차는 동대구역까지 운행시킨다는 방침이었다.
한편 대구시는 시민회관에 합동분향소를, 대구지하철공사에 사고대책본부를 차렸다.
18일 오전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구간에서 발생한 전동차 화재로 이날 오후 4시 현재까지 최소 30명 이상이 숨지고 수십명이 실종됐으며 150여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러나, 불이 날 당시 모두 6량이던 객차 안에는 200여명으로 추산되는 승객들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대피했으나 일부는 대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됐다가 무더기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다. 게다가 4분 뒤 맞은편 대곡 방향 승강장에 또다른 전동차가 멎으면서 이 전동차에 타고 있던 상당수 승객들도 연기에 질식돼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부상자 가운데도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많아 사망자 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발화당시
목격자 전육남(64)씨는 대곡에서 안심으로 향하던 1079호 지하철 1호선 열차(기관사 최정환)가 중앙로 역에 진입하는 도중 불이 났다고 말했으며, 맨 앞칸에 탔던 홍동희(73.대명동) 할머니는 "열차가 중앙로 역에 도착한 뒤 40∼50대 남자가 5되짜리 플라스틱통을 갖고 탄 후 자리에 앉으며 라이터의 불을 켰다껐다 해 옆 승객이 말리는 순간 불을 질렀다"고 했다. 그 후 곧바로 열차 안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는 것.
안지랑역에서 탔다는 김호군(68.대명9동)씨는 "지하철 맨 앞칸에 타고 열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할 즈음 1m쯤 떨어진 곳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동산병원에 입원된 정영석(43.대구 산격2동)씨는 "열차가 중앙역 부근에 다다랐을 때 전동차 안에 열기가 가득차 밖을 보니 연기와 불기둥이 보였다"며, "기관사가 전동차 문을 열자 시커먼 연기가 전동차 안으로 들어 와 기관사가 문을 다시 닫겠다고 방송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진술로 미뤄 열차의 앞부분 객차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경찰은 이 남자가 분신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고 50대 전후의 키 170cm 정도의 감색 운동복을 입고 머리가 벗겨진 남자를 검거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열차가 정차한 후 승차한 승객이 불을 질렀는지, 아니면 이동 중인 열차에 승객이 불을 질렀는지는 불분명하다.
사건 후 다친 승객들은 곽병원, 경북대병원,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보람병원, 파티마 병원 등으로 나뉘어 옮겨졌으나 낮 12시30분 현재까지도 환자가 추가로 입원했다. 환자들은 대부분 혼절 상태였으며 거의가 온몸에 그을음을 뒤집어 쓰고 일부는 토하거나 의식불명 상태여서 산소호흡기 치료 받고 있다.
승객 중 가톨릭병원에 입원했던 이창용(57.신암4동)씨는 곧바로 숨졌고, 경북대병원.동산병원 등에서도 각 1명씩이 숨졌다.
사고를 당한 열차는 이날 오전 9시29분 대곡역을 출발해 안심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열차는 정원 780명의 전체 6량 짜리였으며, 오전 9시29분 대곡역을 출발, 9시52분35초에 중앙로 역에 도착토록 돼 있었다. 더우기 이 열차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 9시56분쯤 반대편 차로의 중앙로역에 대곡 방향 열차가 도착, 피해가 더 커졌다.
◇현장 표정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수라장이었다. 구조대원 수백여명이 투입됐지만 사건 발생 4시간이 지나도록 대다수가 밖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유독가스가 지하철 역사 내부를 완전히 메워 역사내부로의 진입이 불가능했던 것.
하지만 오후 3시 유독가스가 상당 부분 가신 뒤, 구조대원 수백명이 구조와 사체 수습을 위해 지하철 승강장 안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이 구조대원들은 현장 모습에 경악하고 말았다. 불이 난 객차 안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 20여구가 뒤엉켜 처참하게 나뒹굴고 있었던 것. 구조대원들은 객차가 완전 전소됐고 승강장 곳곳도 심하게 그을려 있었다고 전했다.
오후 3시30분쯤 전동차 안에 있던 시신 10여구가 일단 수습돼 바깥으로 운구됐다. 오후 4시 이후에도 소방대원들은 수색을 계속하고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유족들은 사체가 지하철 출구 밖으로 속속 운반돼 나오자 오열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체가 심하게 훼손돼 신원을 파악할 수 없자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듯 가슴을 치며 주저 앉았다. 상황실에 설치된 실종자 접수처에는 수백명의 가족들이 나와 "내 가족을 찾아달라"고 울먹였다. 오후 3시30분 현재 60여명이 실종자로 신고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5분쯤 대구 남일동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안심으로 가던 1017호 3번 객차에 타고 있던 60대 남자가 신너로 보이는 인화 물질에 불을 붙여 화재가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오후 4시 현재 최소 30명 이상이 숨지고 137명이 부상해 경북대병원 등 대구시내 12개 병원에서 분산 치료 받고 있다.
◇사고 왜 이리 커졌나
화재 발생 직후 불이 인화성이 강한 좌석시트로 옮겨 붙으면서 불이 순식간에 번졌고 천정.손잡이 등 플라스틱 재질은 강한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인명피해가 늘어났다. 목격자들은 불이 불과 20여초만에 객차 내부로 완전히 퍼졌다고 말했다.
더욱이 불이 나고도 화재에 관한 안내방송이 이뤄지지 않아 뒤쪽 객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대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생존자들은 전했다.
게다가 맞은편 승강장에 사고 직후 대곡행 전동차가 멈춰 서면서 이 전동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까지 피해를 입어 피해가 커졌다. 화재 직후 전동차 제어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을 중단하면서 이 객차가 멎어버린 것. 목격자들은 시스템 중단이 없었으면 이 객차는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지하철 환기구 구멍이 너무 작아 대량의 유독 연기를 외부로 유출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날 소방대는 연기를 빼내기 위해 별도의 배연차를 동원했다.
지하3층에서 지상까지 20칸 내외의 계단 서너개를 거쳐야 하고 계단간 이동거리가 100m 정도에 이를 만큼 대피로가 길어 탈출시간이 무려 2분 이상 걸린 것도 사상자를 늘린 요인이 됐다.
◇경찰수사-대책
경찰은 이 날 불을 지른 김모(57.무직.대구 내당동)씨의 신병을 확보, 방화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도 중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대구시 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구조작업을 계속하고 있고, 대구시도 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수습과 향후 지하철 소통 대책 등을 논의 중이다.
대구지하철공사는 이르면 19일부터 중앙로.반월당.대구역 등 사고 현장 부근 일부 역사를 제외하고는 지하철 운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곡에서 교대역, 안심에서 동대구역까지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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