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3-02-18 13:42:35

빌딩을 성곽처럼 여겨온 사람들에게

라덴은 부르짖었다

그것은 모래라고

모래가 모르는 미래, 불안의 미립자...

퇴근을 하면서 명함을 정리해 본다

입다문 글자 속에도 스며든 상처가 있다

상처를 쌓아 올려서

집이 되는 아파트들.

이우걸 '도시'

도시는 무너지기 위해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고대 도시들을 모두 폐허의 유물로 남게 하지 않았는가. 그것이 우리가 모르는 미래이고 불안의 미립자라고 모래의 사나이 빈 라덴의 행위를 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서로의 명함 속에는 모두 보이지 않는 아픔의 미래가 스며 있다.

입다문 사각의 조형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시름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파트 집단이 아닌가 불안의 미립자가 아닌가.

권기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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