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전동차 방화...120여명 사상

입력 2003-02-18 13:48:02

18일 오전 9시55분쯤 대구지하철 1호선 전동차 안에서 50대 남자가 신나가 든 플라스틱 통에 불을 붙여 전동차에 방화, 전동차가 불타고 최소 3명이 숨졌으며 120여명의 승객이 질식해 병원에 이송됐다.

이날 사고로 1호선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또 중앙로역 기계실 내에 작업인부 6명 등 12명이 고립돼 있고 전동차 안에도 승객들이 일부 남아 있으나 연기때문에 구조대 접근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목격자 전육남(64)씨는 대곡에서 안심으로 향하던 1079호 지하철 1호선 열차(기관사 최정환)가 중앙로 역에 진입하는 도중 불이 났다고 말했으며, 맨 앞칸에 탔던 홍동희(73.대명동) 할머니는 "열차가 중앙로 역에 도착한 뒤 50대 남자가 5되짜리 플라스틱통을 갖고 탄 후 자리에 앉으며 라이터의 불을 켰다껐다 해 옆 승객이 말리는 순간 불을 질렀다"고 했다.

그 후 곧바로 열차 안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는 것.

안지랑역에서 탔다는 김호군(68.대명9동)씨는 "지하철 맨 앞칸에 타고 열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할 즈음 1m쯤 떨어진 곳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동산병원에 입원한 정영석(43.대구 산격2동)씨는 "열차가 중앙로역 부근에 다다랐을 때 전동차 안에 열기가 가득차 밖을 보니 연기와 불기둥이 보였다"며, "기관사가 전동차 문을 열자 시커먼 연기가 전동차 안으로 들어 와 기관사가 문을 다시 닫겠다고 방송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진술로 미뤄 열차의 앞부분 객차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경찰은 불을 낸 남자가 분신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고 50대 전후에 키 170㎝ 정도의 감색 운동복을 입고 머리가 벗겨진 남자를 찾고 있다.

경찰은 한 병원에 입원 중인 김모(56.내당동)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 중이다.

그러나 목격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열차가 정차한 후 승차한 승객이 불을 질렀는지, 아니면 이동 중인 열차에 승객이 불을 질렀는지는 불분명하다.

사건 후 다친 승객들은 곽병원 22명, 경북대병원 26명(여자 16명, 아기 3명, 남자 7명), 동산병원 26명, 영남대병원 20여명, 보람병원(비산동) 2명, 파티마 병원 7명 등으로 나뉘어 옮겨졌으나 낮 12시30분 현재까지도 환자가 추가로 확인되고 있다.

환자들은 대부분 혼절 상태였으며 거의가 온몸에 그을음을 뒤집어 쓰고 일부는 토하거나 의식불명 상태여서 산소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

승객 중 가톨릭병원에 입원했던 이창용(57.신암4동)씨는 곧바로 숨졌고, 경북대병원.동산병원 등에서도 각 1명씩이 숨졌다.

사고 열차는 이날 오전 9시29분 대곡역을 출발해 안심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열차는 정원 780명의 6량 짜리였으며, 대곡역을 출발, 9시52분 중앙로 역에 도착토록 돼 있었다.

이날 사고는 이 열차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 9시56분쯤 반대편 차로의 중앙로역에 대곡 방향 열차가 도착, 피해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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