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화재 3명사망, 120명 부상

입력 2003-02-18 12:09:42

대구 중앙로역...40대 남자 방화 추정

18일 오전 9시55분쯤 대구지하철 1호선 전동차 안에서 신원 불상의 한 남자가 신나가 든 플라스틱 통에 불을 붙여 전동차가 불타고 3명이 숨졌으며 120여명의 승객이 질식해 병원에 이송되고 1호선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목격자 전육남(64)씨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0분쯤 대곡에서 안심으로 향하던 1079호 지하철 1호선 열차(기관사 최정환)가 중앙로 역에 진입하는 불이 났으며, 맨 앞칸에 탔던 홍동희(73.대명동) 할머니는 "열차가 중앙로 역에 도착한 뒤 40∼50대 남자가 5되짜리 물통을 갖고 타고는 자리에 앉으며 라이터의 불을 켰다껐다 해 옆 승객이 말리는 순간 불을 질렀다"며 그 후 곧바로 열차 안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안지랑역에서 탔다는 김호군(68.대명9동)씨는 "지하철 맨 앞칸에 타고 열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할 즈음 1m쯤 떨어진 곳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동산병원에 입원된 정영석(43.대구 산격2동)씨는 "열차가 중앙역 부근에 다다랐을 때 전동차 안에 열기가 가득차 밖을 보니 연기와 불기둥이 보였다"며, "기관사가 전동차 문을 열자 시커먼 연기가 전동차 안으로 들어 와 기관사가 문을 다시 닫겠다고 방송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진술로 미뤄 열차의 맨 앞칸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경찰은 이 남자가 분신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50대 전후의 키 170cm 정도의 감색 운동복을 입고 머리가 벗겨진 남자를 찾고 있다.

환자들은 곽병원 22명, 경북대병원 25명(여자 16명, 아기3명 남자 7명), 동산병원 26명, 영남대병원 20여명, 보람병원(비산동) 2명, 파티마 병원 7명 등이 옮겨졌으나 오전 11시30분 현재 추가로 속속 입원조치되고 있어 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환자들은 대부분 혼절 상태였으며 거의가 온몸에 그을음을 뒤집어 쓰고 일부는 토하거나 의식불명 상태여서 산소호흡기 치료 받고 있다.

사건 열차는 이날 오전 9시29분 대곡역을 출발해 안심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열차는 정원 780명의 전체 6량 짜리였으며, 오전 9시29분 대곡역을 출발, 9시52분35초에 중앙로 역에 도착토록 돼 있었다.

그러나 이 열차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 9시56분쯤에는 반대편 차로인 대곡 방향 열차가 중앙로역에 도착, 피해가 더 커졌다. 반대편 열차는 10시7분쯤 승객을 대피시키기 시작했으며, 그 후 10시17분쯤 1호선 전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 사건현장 표정

지하철에서 불이 나면서 18일 중앙로역 일대는 완전히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중앙로 일대는 시커멓게 피어오르는 연기와 그을음으로 뒤덮였으며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가족들의 생사 확인 가족들과 구경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하철을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 승객들의 가족들은 현장에 나와 발을 동동 굴렀다. 가족들은 경북대병원과 동산병원 등을 뛰어다니다 다시 현장으로 오기도 했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사고 소식 직후 언론사에는 사건 경위와 환자 명단을 알 수 없겠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몰리며 일대는 완전히 북새통을 이뤘는데 시민들은 사고 현장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 산소마스크를 끼도고 앞으로 보지 못할 정도로 접근하기 힘들어 구조가 늦어지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구조대원들은 방독마스크를 쓰고 구조에 나섰으나 유독성 연기가 워낙 강해 현장 파악조차 힘들 정도라도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수백m 떨어진 북구지역에서도 보일 정도로 강했다.

사고가 발생된 이후 중앙로는 차량의 출입이 전면 통제됐으며 인근 상가의 영업도 완전 중단됐다.

사고가 발생하자 대구시내 119대 소방차와 1010명 소방관이 전원 출동해, 진화 작업에 나서고 진입 환자를 이송하는 등 구조 활동을 벌였다.

사고를 일으킨 안심역발 대곡역행 1079호 전동차와 화재 발생 직후 중앙로 역에 진입한 안심역발 대곡역행 1080호 전동차 2대는 정차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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