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우량주 외국인 '야금야금'

입력 2003-02-17 13:17:08

우리 증시가 장기 침체국면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30%, 코스닥에서 10% 이상씩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국내 기관·개인 투자자들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은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행보는 향후 증시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야금야금 주식을 산 외국인=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달에도 거래소·코스닥시장에서 모두 순매수해 4개월째 매수우위를 이어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중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2천43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으며 코스닥에서도 487억원 어치를 순매수해 양 시장에서 지난 10월 이후 4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유지했다.

1월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거래소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은 88조1천236억원으로 전월대비 5조371억원 줄었으나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3%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늘었다.

또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닥 등록주식의 시가총액은 3조8천872억원으로 전월대비 419억원 줄었으며 시가총액 비중은 10.4%로 0.1%포인트 감소했다.

국적별로는 거래소 경우 싱가포르, 룩셈부르크계가 각각 1천886억원, 909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계가 630억원, 507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는 미국, 싱가포르계가 각각 1천258억원, 4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고 버진아일랜드, 케이만아일랜드계는 각각 120억원, 119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이밖에 1월 중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의 거래비중은 11.7%로 전월보다 0.3%포인트 줄었으며 주가지수옵션시장의 거래비중은 9.8%로 전월보다 0.5% 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미국-이라크전쟁 우려가 증폭된 이달 들어서는 거래소에서 3천63억원, 코스닥에서 62억원, 선물에서 3천272억원을 각각 누적 순매도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매매태도가 커다란 변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라크전의 전개양상에 따라 투자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평가 우량종목에 관심=외국인 투자자들은 전통적 선호종목이었던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핵심블루칩 대신 저평가된 우량종목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이러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반영, 최근 저평가 우량 종목들의 투자의견을 조정하고 신규종목을 분석대상에 편입시키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최근 투자의견을 상향한 종목은 제일기획, 삼성SDI, 팬택, 현대차, SK, 삼성화재, LG투자증권, 국민은행, 한미은행 등. 외국계 증권사가 매수의견 이상의 투자의견을 제시한 종목은 신세계, 삼영, 태평양, LG홈쇼핑, 대한항공, 조흥은행, LG애드, KT&G, 한국가스공사, 기아차, LG화학, 삼성화재, 부산은행 등이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투자의견 조정 및 매수의견을 제시하면서 주가의 저평가를 그 이유로 들었다.

우리증권에 따르면 6일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종목은 포스코, 부산은행, 현대차, 기아차, CJ홈쇼핑, CJ, 한국전력, LG석유화학, 호남석유, 대우종합기계, SK, LG투자증권, 국민은행, 고려아연, 케이이씨, 한국타이어, 대한전선, 한화석화 등이었다.

이 종목들은 모두 적정주가 괴리율이 매우 높은 저평가 우량주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은 증시가 500선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저평가된 우량주들을 매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수 크레디리요네증권 상무는 "외국인들은 종합주가지수가 600선 밑으로 떨어짐에 따라 주식을 매수할때 12개월 이상의 장기 전망을 갖고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대부분의 핵심 우량종목들은 현재 밸류에이션상 주가가 너무나 많이 빠진 상태로 판단, 매수하고 있으며 장기차익을 노린 자금들이 빠르게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시 전망은 '중구난방'=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랠리를 보일 것이라고 ING 파이낸셜 마켓이 최근 밝혔다.

ING 파이낸셜 마켓은 투자보고서를 통해 "이라크전이 올해 상반기중에 발발할 경우, 아시아 각국 증시는 종전 후 최저점에서 20~30% 오르는 전후 랠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국가별로 한국과 대만 증시가 랠리를 주도하는 반면 중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은 랠리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업종별로도 기술 및 항공주의 수익률이 전력 등 공공관련주나 소비, 정유주를 상회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크레디리요네증권은 최근 한국 증시에 대한 '비중축소' 투자의견을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현재 한국증시가 1월에 제시한 종합지수 목표지수 저점 550 포인트에 근접한 상태지만 북한핵 위기, 금융회사들의 실적부진 지속, 정치적 불확실성, 기업들 수익성 모멘텀 저하 등을 고려해 '비중축소' 의견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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