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중국의 괴질 공포

입력 2003-02-17 13:17:08

메디칼 스릴러 시리즈중에는 로빈 쿡의 '바이러스'가 압권이다.

초 현미경적인 미립자에 불과한 개체 하나로 수천명을 살상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생물의 체세포에 기생하면서 엄청난 증식능력을 갖고 있는 바이러스의 중간숙주를 숨가쁘게 추적하는 과정이 독자들을 몰입하게 한다.

1347년부터 4년간 유럽인구의 3분의1이 사망한 흑사병보다 더 무섭다는 바이러스 전염병, 그래서 가공할 전쟁 무기로도 개발되기도 한다.

▲1918년 봄 미국에서 시작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순서로 전 세계를 휩쓸었던 스페인독감을 상기하면 바이러스가 얼마나 무서운 공포의 대상인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스페인 독감은 1년 남짓기간에 2천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1차대전에 참전한 미군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미국으로 옮겨와 병이 퍼졌음에도 이름을 스페인 독감이라고 부른 것은 유행초기 스페인에서 사망자가 대량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병이 유행될 때는 그야말로 저녁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 자고 나면 죽어나가고 일터에 나갔던 인부가 현장에서 숨지기도 했다.

경악과 공포에 빠진 세계는 1차대전 당시 독일이 전선에서 생물가스를 사용하지 않았나 의심하기도 했다.

지금의 의료기술이나 수준으로 볼 때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지금도 또 어떤 바이러스가 출현해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을지 누가 알랴. 백신이 개발되면 또 다른 변종이 생기고 변종에 대한 백신을 만들면 또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생겨 나니까.

▲최근 중국의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악성 폐렴으로 보이는 원인모를 괴질이 번지면서 홍콩·마카오를 거쳐 베이징(北京) 주민들까지 공포에 떨고 있다.

광저우(廣州)에선 심지어 "수 백명이 괴병으로 숨졌다"는 루머가 나돌아 전염병 예방효과가 크다는 식용초 및 판람근이란 약품이 약국마다 동이 났다.

일부에선 "탄저병이 번지고 있다" "조류독감이다"는 등 루머가 번지기 시작, 중국 전역으로 퍼져 비상이 걸렸다.

상당 지역이 업무가 마비,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의학전문가들은 이병은 변형된 폐렴바이러스를 원인으로 보고있으나 특효약이 없고 예방이 최선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21세기 최악의 에이즈 바이러스처럼 또 어떤 신의 재앙이 내려질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지난 연말 스페인 독감보다 더한 슈퍼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 하여 우리나라도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법석을 떨었다.

문제는 이같은 괴질들이 신이 내린 재앙이라기 보다 따지고 보면 인간 스스로가 빚은 재앙들이고 그 씨앗이 세계곳곳 혹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도 자라고 있다는 게 무섭다.

도기현 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