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리 '얼굴마담' 안만들겠다더니

입력 2003-02-13 13:29:02

노무현 당선자측 사람들이 아무래도 의욕과잉 같다.

새정부의 청와대 직제를 바꿨다는 내용을 보니 그렇다.

우린 지금보다 줄일 줄 알았다.

'작은 정부'가 능사는 아니지만 4개 추진위원회의 장(長)을 포함해 장관급이 7명, 차관급이 10명이라면 납득보단 의문과 비판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일 욕심때문에 그러려니 싶지만, 그러나 청와대 혼자서 일 다하면 행정각부는 뭘하나.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나?"하는 아이들의 말이 우스개가 아니다.

최종결정이 아니라면 좀 줄여보기 바란다.

당선자의 당초 생각은 청와대 축소였다.

국정의 책임과 권한을 내각에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책임총리제로 가겠다는 거였다.

물론 새직제는 비서실의 정무기능과 정책기능을 분리하는 등 제왕적 폐해를 답습않겠다는 흔적이 있다.

그러나 정책수석(차관급)위에 정책실장(장관급), 외교 및 국방보좌관위에 또 장관급 국가안보보좌관, 대변인 위에 또 홍보수석(차관급)을 두는 식이면 그야말로 옥상옥이다.

'인재풀'에 사람이 없다면서 웬 위인설관(爲人設官) 식이냐는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다.

신설 위원회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盧)당선자는 임기중에 한국을 동북아 중심국가로 만들고 싶고, 지방분권도 꼭 하고 싶다.

과학기술사회도 만들고 싶고, 교육 개혁도 해내고 싶다.

그래서 10개 위원회를 청와대에 두겠다지만 이게 모두 행정부처와 업무가 연결되고 중복이 불가피한 사안이다.

관료들은 "부처담당 비서관제 대신 부처담당 위원회가 생겼다"고 난감해할 판이다.

관료주의를 극복한다며 숱하게 만들었던 온갖 위원회가 유명무실, 풀잎처럼 스러져온 전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새로운 숙제거리가 생겨버렸다.

조직이란 것은 커지면 없던 일도 자꾸 만들어내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떠미룰 곳이 많으니 책임감도 흩어진다.

법위에 법, 정책위에 정책, 기구위에 기구를 만들어 내는 것을 역대정권에서 신물나게 보아온 터다.

이리되면 새로 출범하는 내각도 별 수가 없다.

총리를 '얼굴마담'안만들겠다는 약속, 노무현 당선자는 지켜내야 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