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도래지 구미 해평습지...농작물 피해 심각

입력 2003-02-12 13:37:41

지난해 10월말 구미 해평습지 인근 지역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모(47·구미시 해평면)씨는 수확을 늦잡치는 바람에 재두루미, 쇠기러기 등 철새들이 벼 이삭을 마구 쪼아먹는 피해를 당해야 했다.

이처럼 대구·경북지역에서 최대규모의 철새도래지인 구미 해평습지가 현행 '생물다양성관리계약제도'의 시행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해마다 이곳으로 날아든 철새들은 농민들에게 그리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생물다양성관리계약제도는 농민이 철새도래지 주변지역 농지에서 재배중인 보리·밀 등 곡물을 정부와 해당지자체가 사들여 추수하지 않고 그대로 철새먹이로 제공하고 논에는 물을 대 철새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지자체와 먹이용 벼를 재배키로 계약한 농가는 봄철에 10%의 계약금을 먼저 받고 잔금 90%는 가을 추수때 받는다.

게다가 그동안 농민들은 벼수확을 늘리기 위한 농약 살포를 할 필요가 없어져 철새들이 좋아하는 각종 수생식물과 곤충들의 번식력이 좋아지고 먹이감이 풍부해져 말그대로 철새들의 낙원이 된다는 것.

정부는 지난 1998년 자연환경보전법을 개정하면서 지난해부터 전남 해남(고천암·영암·금호호)과 전북 군산(금강호), 경남 창원(주남저수지) 등지에 시범적으로 이 제도를 실시했고 올해는 충북 서산(천수만)과 전북 김제(만경·동진강)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세계적인 희귀조류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재두루미(203호)·흑두루미(228호)·고니(201호) 등을 비롯한 황조롱이·원앙 등 60여종의 철새와 텃새들이 찾는 구미 해평습지에는 아직 이 제도가 시행되지 않아 농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해평습지에는 지난 2001년부터 2002년 경우 북상기인 2~4월에는 흑두루미 200여마리, 재두루미 600여마리가, 10~11월 남하기에는 흑두루미 7천마리, 재두루미 500마리가 머무른 것으로 확인될 만큼 국내 최대 두루미 도래지로 증명돼 하루빨리 생물다양성관리계약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

현재 철새 도래기때면 철새들의 먹이가 부족한 탓으로 시민단체들이나 구미시가 나서서 보리·볍씨·옥수수·밀 등 모이주기 행사를 벌이기도 하지만 결국 일회성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편 환경부는 올해 생물다양성관리계약지역인 서산(1억9천300만원), 김제(1억1천400만원), 창원(1억1천400만원), 해남(6천600만원), 군산(5천500만원)지역에 각각 전체 사업예산 가운데 30%를 국고에서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시의 경우도 해평습지를 대상으로 빠른 시일내 생물다양성관리계약제도를 도입하고 여기에 철새학습관·탐조대 등을 갖춘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구상중에 있다"고 밝혔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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