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등급(무디스사 기준 21등급)이 한단계 떨어지면 기업들의 연간 비용 부담은 5억달러가 늘어나게 돼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즉각 위축시키게 된다.
무디스가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두단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경제계는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파악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제계 및 관련 기관들은 신용등급 전망 하향으로 향후 외국인 투자유치가 어려워지고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해외자금조달 금리가 높아질 수 있어 시설투자를 비롯한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 섬유업계 경우 올 초부터 점차 줄어들고 있는 해외 수출이 이번 하향 조정으로 더욱 침체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 수출을 주로 하는 한 섬유 관계자는 "특히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쳐 지역 섬유업체들의 세계 최대 수출국인 미국 시장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시장 침체는 세계 3위권인 브라질 등 중·남미 시장의 수출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로컬수출을 주로 하는 지역 모 섬유업체 ㅅ대표는 "해외직수출 업체의 수출길이 막히면 하청업체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며 "올해부터 해외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올해 월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상황이라 걱정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KOTRA 대구·경북지부 관계자도 "신용등급 전망 발표를 계기로 외국기업들이 국내투자 문제를 당장 재검토하는 등의 반응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외국투자자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선 북핵사태가 빠른 시일 안에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훈 대구시 경제산업국장은 "신용등급 자체를 하향 조정한 것이 아니고 전망을 낮춘 것이기 때문에 사태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처럼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춘 것도 아니고 북핵문제에 국한된 사항이어서 지역에 그렇게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들도 한반도 주변의 불안한 상황이 지속돼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이어질 경우 외화유출과 주가하락 등 금융시장 경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현금 보유'에 나설 수밖에 없어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가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기업의 자금조달 등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기업이 투자에 나서기를 꺼리게 되고 결국 경제 전반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다만 무디스 외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가 한국에 대한 기존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소식이 추가로 알려지자 크게 안도하면서 점차 안정감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투자기업들도 큰 동요없이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향후 신규 투자 및 투자확대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국내에 투자한 기업의 경우 한국사회와 남북문제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어 북핵사태나 신용평가에 덜 영향을 받지만 새로 한국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신중함을 보일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또 기 투자업체들도 북핵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투자 확대에 필요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높은 금리를 지불할 수밖에 없어 추가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외국기업협회는 "등급전망 하락이 나온 지 얼마 안돼 정확한 상황파악은 힘들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등급전망과 상관 없이 어제 입국한 미국투자단의 국내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KOTRA가 국내에 투자한 19개 외국기업과 투자를 준비중인 50개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69개 업체 중 65개 업체가 북핵사태에도 기존 투자계획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거나 그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주요 국가별 신용등급 분포 (무디스 기준)
국가신용등급 주요국(21등급)
Aaa미국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일본(외화국채)
Aa1일본(엔화국채) 버뮤다
Aa2호주
Aa3대만
투 자A1그리스(외환위기 전 한국)
적 격A2이스라엘 쿠웨이트 폴란드
A3한국 중국 홍콩 헝가리
Baa1칠레 말레이시아
Baa2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Baa3태국 사우디아라비아
투 자Ba1필리핀(외환위기 당시 한국)
부적격Ba2인도
Ba3러시아
〈자료:재정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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