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리콘 밸리 꿈꾼다

입력 2003-02-12 09:25:51

'포항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첨단 두뇌 산업으로 이룬다'. 포항의 관문인 성모병원 네거리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홍보되는 포항시의 캐치 프레이즈다.

포항의 미래가 첨단 과학도시로의 탈바꿈에 성패가 달려 있음을 역설하고 있는 말이다.

30여년전 인구 고작 5만명의 어촌 마을에서 포스코가 들어선 후 50만명의 철강도시로 발전한 포항. 하지만 포항은 최근 철강산업만 가지고는 획기적인 성장 엔진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되새기면서 제2의 도약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한국의 첨단 두뇌도시로 부상하고 있는 포항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은 아시아 최고인 포항공대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테크노파크 등에서 나온다.

한국에 본격적인 산.학.연 협동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포항은 연구 개발 성과를 산업 현장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학은 기초연구를, 산과연은 응용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연구 결과를 포스코 생산현장이나 테크노파크 벤처기업 등을 통해 고부가 가치로 창출시킨다는 것. 지난해 3월에는 포항공대와 산과연, 테크노파크 등 58만여평이 벤처기업 육성촉진지구로 지정받기도 했다.

여기에다 지난 94년 포항공대 내에 들어선 국내 유일의 빛 공장인 제3세대 방사광가속기연구소와 조만간 개원될 바이오산업의 요람 생명공학연구센터를 통해 엄청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 연구소들은 포항이 명실상부한 첨단과학도시로 변신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실체인 것이다.

▨포항공대

기초과학.공학 분야 10개 대학원과 국책대학원, 특수대학원 2개 등에서 연구중인 전임교수 200여명과 대학원생 1천700명의 잠재적 폭발력은 대단하다.

지난 한해 포항공대 교수들이 국내외 각종 학술지 및 학술회의에 발표한 논문수가 1천여점이 넘어 교수 1인당 5.4편에 달하고 있고 국제적 권위를 가진 미국 SCI 게재 논문수도 700여편에 이르고 있다.

논문을 조금만 활용해 산업 현장에 적용할 경우 엄청난 경제 수익이 창출될 수 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연구로는 자기부상열차나 통신 등에 활용되는 고성능 초전도 박막개발(이성익.강원남 박사), 위암에 효과가 큰 원인균 퇴치 단서 발견(오병하 박사), 암.에이즈.간염 등 예방 및 치료 면역력 향상 신물질 개발(성영철 박사) 등이 있다.

또 특정온도에서만 나노 구조를 갖는 신물질 발견(김진곤 박사), 차세대 메모리 F램용 거대 자발분극 박막 개발(장현명 박사), 초미세 X선 투시현미경 기술(제정호 박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같은 활발한 연구는 방사광가속기연구소를 비롯해 45개 부설연구소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94년 정부와 포스코가 공동으로 1천500억여원을 들여 설립한 방사광가속기연구소는 한국 과학 발전의 디딤돌이 됐다.

이 연구소에서는 현재 20여개 팀이 빛을 이용해 물리.화학.생명.재료.화학공학 등 기초분야뿐 아니라 반도체.초미세 기계.의약품 제조 등 첨단산업 응용분야까지 다양한 연구를 벌이고 있다.

방사광가속기연구소에서는 그동안 1㎝ 크기의 물고기 내부를 1천분의 1㎜ 단위로 동영상 촬영하는데 성공했고 신문 3만여장을 저장할 수 있는 4기가 D램 회로판, 식별조차 어려운 초소형 톱니바퀴 등을 개발했다.

또 잠자리 크기의 초소형 비행기와 혈관속을 이동하는 의료 로봇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200억원을 투입해 지난 2001년 착공해 올해 5월 완공 예정인 생명공학연구센터에도 교수 27명과 박사연구원 60명 등 340여명이 참가해 분자 의약과 식물 바이오텍, 나노바이오텍 등에 관한 연구가 이뤄진다.

이곳에는 동위원소실과 종자저장실, 원심분리기실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춘 특수 연구실이 설치될 예정이고 이미 간염 DNA 백신개발, 벼 유용인자 대량 발굴, 항암제 개발 등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또 포항공대는 지난 2001년 이후 사이버테크노마트를 통해 연구결과를 중소기업 27개 업체에 이전하고 있고 대학부설 창업보육센터에서는 24개 벤처기업을 졸업시켰거나 육성하고 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지난 87년 포스코가 전액 출연해 설립한 산과연은 경기도 기흥의 강구조연구소와 재료공정연구센터, 설비자동화연구센터, 환경에너지연구센터, 광양분소, 스트립캐스팅 프로젝트와 용융환원프로젝트, 연주설비프로젝트 등 1소 3센터 1분소 3프로젝트 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창업보육센터와 신뢰성평가센터, 용접센터, 부품소재통합연구단 등 전문연구센터 4개가 별도로 가동되고 있다.

이곳에는 박사 연구원 133명 등 연구진 476명이 지난 15년동안 철강과 소재, 자동화 및 환경에너지분야 등에서 7천200여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해 6천여건의 산업재산권을 출원했다.

산업현장에서의 개발 기술 평균 활용률이 75%를 웃돌고 있다.

최근 RIST에서는 철구조물 내화도료(박영희 박사), 신주조기술인 스트립 케스팅 제조(강태욱 박사), 원적외선 방출 고급 기능성 강판(이재영 박사), 슬래그 재활용(손진군 박사), 축열식 가열로(이용국 박사) 등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또 RIST는 민간기업에 대한 공공기술이전컨소시엄의 영남지역 주관기관으로 선정됐고 99년 설립된 창업보육센터에서는 벤처기업 17개를 졸업시켰거나 지원하고 있다.

▨포항테크노파크

포항시(200억원)와 포스코(200억원), 지역기업(50억원) 등이 50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11월 지곡동 5만7천여평에 벤처동 건설공사를 끝냈다.

이로써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포항공대와 RIST, 포스코가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밀착형 테크노파크가 들어선 것.

현재 이곳에는 40여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지만 2006년에는 인근 86만평에 배후 생산공단을 추가로 조성, 연간 4천억원과 1만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 정도가 되면 포항이 한국의 실리콘밸리(미국)의 위상을 갖게 되는 것이다.

테크노파크에는 현재 표면경화제를 생산하는 그린케미컬(대표.소재춘)과 오토데이타시스템(김응욱), 동훈자원(조규용), 마이테크(권인혁), 나노스(곽주호), 이노크래프트(김항진), 우남씨스콘(김병채) 등의 벤처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황명석 팀장은 "테크노파크의 성공 여부는 핵심 기술를 둘러싼 원활한 산학 연계, 우수인력 확보, 수준 높은 주거.문화 환경 조성 등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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