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밝은 밤에 고향 길을 바라보니 /뜬 구름은 너울너울 고향으로 돌아가네/ 편지를 봉하여 구름 편에 보내려 하나 /바람은 빨라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네 /내 나라는 하늘 끝 북쪽에 있고 /다른 나라는 땅 끝 서쪽에 있네 /해가 뜨거운 남쪽에는 기러기가 없으니 /누가 내 고향 계림(鷄林)으로 소식 전해줄까'
혜초(704-787)스님이 머나먼 인도 남천축국의 여행길에 올라 향수를 달래며 5년여 기행을 마치고 고향 땅 신라를 그리워하며 읊은 오언절구이다.
16세 때 중국 광저우로 건너가 평생을 불교 경전 연구에 바친 그는 '왕오천축국전'을 쓰고 83세에 열반할 때까지 너무도 그리웠던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만행은 출가사문의 공부하는 방식의 하나인데, 그저 바랑하나 짊어지고 천하를 주유하는 운수행각을 말한다.
출가한 스님네들은 누구나가 한번은 만행을 한다.
어느 곳에도 매이지 않는 나그네의 자유로움은 삶에 있어서 긴장감을 풀어준다.
그리고 자신의 지난 세월을 돌아볼수 있으며, 새로운 사고를 통해 다가올 미래에 대한 방향도 설정할 수 있어서 좋다.
그 옛날 혜초스님은 약관의 나이에 고향 신라를 떠나 중국대륙을 거쳐 인도에 가서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를 비롯, 깨달음을 얻은 붓다가야와 깨닫음 얻은 뒤 처음 불법을 전한 녹야원 및 부처님이 열반한 쿠시나가라 등 4대성지를 순례하였다.
교통이 발달한 지금도 힘든 일인데 참으로 존경스런 마음이 든다.
계미년 신년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이동했다.
3천500만명이 이동한 이번 설 명절처럼 비록 교통사정이 좋지 않지만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 것을 보면서 혜초스님의 만행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우리가 태어난 곳은 선조의 체취가 남아 있어서 고향을 찾는 것은 어쩌면 본능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성필연의 고향 즉 마음의 고향을 찾는 것은 생사의 긴 바다를 건너가는 인생 최대의 화두인 것이다.
아마도 혜초스님은 이성필연의 진정한 고향을 만행을 통해 찾았을 것으로 본다. 진오 스님·동화사 포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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