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마 특사단 "안간 것보다 못했다"

입력 2003-02-10 13:11:53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한미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에 파견했던 고위대표단이 9일 귀국, 10일 노 당선자에게 방미방일성과를 보고했지만 특사단을 대하는 당선자 주변의 시선이 곱지못하다.

특사단은 "한미동맹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전달한 것이 수확"이라면서 "광범위한 접촉과 심도있는 협의를 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지만 주한미군철수 논란을 야기하는 등 외교적 성과보다는 문제점만 노출했다는 지적이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부시 미대통령의 특사파견요청에 따라 특사단을 보냈으나 부시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딕 체니 부통령과 잠깐 만나 친서를 전달하는 등 외교적 푸대접과 한계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사단이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을 면담한 뒤 주한미군 철수문제에 대한 다른 입장들이 흘러나와 주한미군철수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유재건 의원은 "럼즈펠드 장관이 미군은 원치 않는 곳에 주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언급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지만 특사단장인 민주당 정대철 최고위원은 "그런 얘기는 거론조차 안 됐다"고 부인했다.

한미동맹 관계의 재정립을 주장하던 특사단은 또 미국측에 "'노 당선자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다'라는 얘기만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의 한 멤버는 현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노당선자의 생각이 국회의원때, 대통령 후보때, 그리고 당선된 후 계속 바뀌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노 당선자가 반미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측은 "한국의 새 정부가 주한미군과 북핵문제, 경제문제 등에 대해 어떤 비전과 해결책을 갖고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고, 실질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표단을 왜 서둘러 보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인 위주의 졸속구성과 준비부족, 외교결례 자초 등의 아마추어 외교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특사단은 일본을 방문해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면담하고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지지입장을 얻어내는 등 한일우호관계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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