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브랜드'이렇게 키운다-(주)맥산 시스템

입력 2003-02-10 09:25:57

"맥산?, 맥산이 뭐야? 마시는 음료수야?"

대구에서 맥산시스템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맥산시스템이 세계 최고급 첨단 벤처업체라고 말하면 믿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대구라면 섬유공장 뿐이지 뭐 세계적인 벤처기업이 있을리 없다는 일반적 회의론으로 아예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손해보면서도 묵묵히 산업현장을 지키는 벤처 제조업체는 수도 없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기업의 하나가 맥산시스템이다.

맥산은 크게 세가지로 첨단 신산업에서 세계 최고를 노크하고 있다.

하나는 종전 컴퓨터 데스크탑 용량의 1백분의 1도 차지하지 않으면서 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손바닥만한 컴퓨터 본체(=아이콘), 또 하나는 전 국민의 눈과 귀를 빼앗아간 로또복권을 찍어내는 로또 단말기의 핵심 '올인원 CPU' 제작, 나머지는 1.25인터넷 대란 이후 쏟아지는 방화벽 제작이다.

딱 줄여 말하면 산업용 CPU(중앙처리장치) 제작 전문 첨단벤처기업 (주)맥산시스템은 로또 광풍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로또 대리점들이 단말기를 시급히 추가공급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맥산시스템은 로또 단말기의 핵심인 'All In One CPU Board(CPU보드 하나에 컴퓨터의 모든 기능을 탑재한 것)'를 만든다.

이미 외국에서도 로또는 발행되고 있지만 맥산의 기술력은 로또 단말기의 100% 국산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쏟아지는 VPN(인터넷 방화벽) 주문도 요즘 맥산의 제조라인을 더욱 바쁘게 하는 한 요인이다. 지난 '1.25 인터넷' 대란에서 경험했듯이 인터넷 보안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금융기관을 비롯, 바이러스나 해커의 침입으로부터 정보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관들이 고품질의 방화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고, 만에 하나 해커가 침입해 정보를 빼내더라도 강력한 암호를 걸어 해독할 수 없도록 하는 데 맥산의 산업용 CPU는 필수품이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와 선박 항해용 GPS(위성항법장치), 인터넷 셋톱박스 등도 모두 맥산에서 만든 산업용 CPU의 수요자들이다.

"1989년 삼성전자를 나와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 산업용 CPU 제조 기술이 이처럼 다양하게 활용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백광(44) 대표의 솔직한 고백이다.

1990년대 들어 타이완 기업들이 펼친 덤핑 공세에 10여개나 됐던 국내 관련기업들이 무너져 내릴 때 맥산은 산업용 CPU 분야를 특화, 전 세계 틈새시장을 노렸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산업용 CPU의 수요는 컴퓨터로 운영되는 극히 일부분의 최첨단 장비에만 쓰였기 때문에 세계 전체 시장 규모조차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최고의 기술과 가격 경쟁력에 사활을 걸었다.

현재도 맥산은 전체 직원 70명 중 30명이 연구인력이다.

컴퓨터의 기본적 기능을 제공하는 'BIOS'와 관련된 핵심기술을 가진 산업용 CPU 제조 기업은 전 세계에서 맥산을 포함해 단 둘 뿐이다.

이미 100여 종의 각종 산업용 CPU보드를 개발한 '지식'을 갖고 있는 맥산은 기업고객의 맞춤형 주문을 단 2개월만에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최대 경쟁자인 타이완 기업 보다 최소 5, 6개월이나 앞선다.

세계 틈새시장에서 기술력 하나로 겨우 버티던 맥산이 도약의 기회를 맞은 것은 1997년 '5ST86 CPU'를 탑재한 CPU보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부터였다.

선박 GPS시스템 및 이동통신 중계기의 핵심부품인 이 제품의 개발은 맥산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2001년 초 개발된 펜티엄3급 'MSC-740시리즈(3차원 그래픽, DVD재생, LCD 연결가능)'가 인천 영종도 신공항에 설치된 '웹텔(인터넷 화상전화가 가능한 공중전화)'에 납품되고, 인터넷이 가능한 냉장고를 완성시키면서 맥산에게 새로운 미래가 펼쳐졌다.

이전에 극히 제한적으로 쓰였던 세계 최고의 산업용 CPU 기술이 일상생활 곳곳에 활용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PDA(개인휴대단말기), 태블릿PC 등을 포함해 컴퓨터와 인터넷 기능이 포함되는 어떤 제품이라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맥산에게 주어졌고, 그것은 새로운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했다.

맥산의 이름으로 생산 판매되는 세계 최소형 컴퓨터 본체 '아이콘'은 이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첫 도전장인 셈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 일상의 필수요소가 된 정보화시대에 토종 지역기업 맥산시스템의 역동적인 미래는 지역경제에 '희망'이 되리라는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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