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표창 합천서 박창오경사.이창훈 순경

입력 2003-02-08 09:26:44

"혹시 삶을 비관해 투신자살? 생명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검문을 했더니…".

지난달 21일 합천군 봉산면 봉산대교에서 동거녀를 살해해 암매장한 뒤 사체를 합천호에 유기하려던 피의자를 긴급 체포한 합천경찰서 봉산파출소에 근무하는 박창오(43) 경사와 이창훈(30) 순경이 모범경찰관으로 선정되고 경찰청장과 경남지방경찰청장의 표창을 받았다.

이는 무심코 지나쳤을 경우, 자칫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뻔한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을 '생명을 구하겠다'는 정신이 위민경찰(衛民警察)의 본보기가 됐다는 것.

박 경사와 이 순경은 지난해 7월부터 '고참과 쫄병(?)'으로 1조가 되어 손발이 척척맞는 명콤비로 주민들의 칭찬이 잦았다.

사건이 있던 날, 가뜩이나 합천호 헬기사건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진눈깨비까지 내려 순찰과 함께 권빈리 일대 고개마다 2시간 동안 모래를 뿌리고 돌아오던 자정쯤이다.

도로교통법규상 주.정차를 할 수 없는 다리 한가운데에 시동을 켜고 문이 열린 채 주차된 갤로퍼 승용차를 발견하고 "혹시?…"하는 생각에 순찰차를 되돌려 접근했다.

이곳에서 몇 번의 투신자살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비닐에 싼 사체를 도로에 내려 합천호에 던지기 직전, 쇠뭉치(20kg)를 달고 있던 피의자를 체포하는 수훈을 세웠다.

조사결과 피의자 임모(39.거창군 가조면)씨는 지난달 18일 새벽 1시쯤 자신의 하우스에서 동거녀와 말다툼 끝에 공기총으로 살해해 암매장 한 다음 사흘이 지난 이날 합천호에 버리려다 들통이 난 것이다.

살해사건은 아무도 몰랐고 사건이 일어난 거창경찰서에는 행방불명 접수조차 없었으며 수사에 나설 경우, 사체수색 등 엄청난 경찰력 낭비를 막은 것이다.

이오건 서장은 "두 사람의 수훈은 일반 사건과는 다르다.

주민을 위한 사소한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경찰본연의 표본"이라며 "경찰 정신교육시 큰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치하했다.

박 경사는 합천군 가회면이 고향으로 지난 86년 경찰에 투신, 17년째 고향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대민활동.초동수사 현장보존 우수 등으로 수많은 표창을 받은 베테랑이다.

반면 이 순경은 지난해 1월 경찰에 입문해 합천이 첫 부임지인 새내기 총각.

부산이 고향으로 해양대학교 법대 법학과를 졸업한 엘리트로 "법률을 전공한 만큼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아 경찰이 됐다"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봉산파출소장 허성학 경위는 "봉산은 합천호를 낀 관광지인 만큼 사건사고의 취약성을 갖고 있지만 '환상의 명콤비'들이 3개조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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