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발생한 고속도로 교량공사장 추락사고는 높이 20m의 교량에 매달린 리프트에서 작업을 하면서도 기본적인 안전망조차 설치하지 않고, 안전규정을 어긴채 아르바이트생 비숙련공을 위험작업에 투입한 안전불감증 탓에 발생했다.
6일 오후 3시30분쯤 대구~포항 고속도로 제3공구 영천시 청통면 우천리 목성교 가설공사 현장에서 교량 상판 콘크리트 거푸집 제거작업을 하던 인부 5명이 지상 20m 높이의 공중에 설치된 철제 해체장비(해체카)가 부러지면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일양토건 토목기사 이재훈(28.영천시 망정동)씨, 작업인부 안효준(24.대구 북구 침산동), 변정구(24.대구 달성군 논공읍), 박창규(24.대구 달성군 옥포면)씨 등 4명이 숨지고, 배한철(33.대구 달서구 감삼동)씨는 중상을 입고 경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사고가 교량의 콘크리트 거푸집 해체 작업을 하던 중 인부들이 타고 있던 유압식 리프트가 교량상판과 교각 사이를 지탱하는 PSC빔(교량 보)과 부딪친 상태에서 교량상판쪽으로 계속 압력을 가하면서 리프트를 받치고 있던 해체카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두동강나면서 함께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는 추락사고에 대비한 안전망(낙하물방지망)이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인부들도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해 사고 당시 해체카 장비가 함께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다. 또 리프트에 탑승했던 인부 3명중 2명은 유해.위험작업의 취업에 제한을 받는 미숙련공 아르바이트 대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안전관리법상 유해.위험작업의 취업제한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거푸집의 조립 또는 해체작업시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한 거푸집 기능사보 이상의 자격자 △3개월이상 당해 작업 유경험자 △해당분야 직업능력개발훈련 또는 교육기간 이수자 등이 작업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사고를 당한 대학생들은 지난 4일부터 현장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시공업체 관계자와 현장 근로자들을 불러 작업인부 3명의 유압식 리프트 조작 미숙 여부 또는 해체카의 자체 결함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공업체인 일양토건 현장소장 이모(47)씨를 산업보건법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구속할 방침이다.
시공업체인 LG건설은 산재보험에 가입해있고 사고를 낸 하청업체인 일양토건은 근로자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보상문제는 사고원인이 밝혀진 뒤 다뤄질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 대구~포항 고속도로 건설사업소와 시공업체 관계자들도 현장에 나와 사고원인 파악과 사고수습 대책 마련에 나섰다.
◈ 처참한 현장 모습
6일 5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포항고속도로 건설공사 3공구 목성교 추락사고현장은 두동강난 채 공중에 매달린 해체카, 부서져 땅에 나뒹구는 리프트, 인부들의 안전모와 신발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처참한 모습이었다.
사고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않은 시공업체 LG건설 현장사무실에는 일부 직원들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을 뿐 현장소장은 이미 외부로 피해 연락마저 두절됐고, 한국도로공사 감독관 사무실도 텅 비어있었다.
추락사고가 발생한 영천시 청통면 우천리 목성교 가설공사현장은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전체 9공구중 제 3공구로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경산시 와촌면 박사리(연장 10km) 구간이다. 3공구 총 공사비는 1천647억원으로 LG건설 등이 시공을 맡고 있으며, 지난 1998년 12월 시작해 오는 2004년 12월말 완공 예정이다.
목성교에서 추락사고를 낸 일양토건은 LG건설의 하도급업체로 서울시 논현동에 본사를 둔 토공.철콘.포장.비계설치 전문건설업체이다.
목성교 가설현장에는 일양토건 회사직원 8명과 일용인부, 장비기사 등 19명이 작업중이었으며, 인부들은 하루 일당 9만~10만원을 받고 일했다. 이들은 현장사무실 부근 조립식주택 등지에 숙소를 정해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사고현장 작업인부 안효준(24.사망)씨와 배한철(33.중상)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장에서 일했지만 변정구(24)씨 등 사망자 3명은 지난 4일부터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밝혀져 위험한 현장에 안전규정을 어기고 미숙련공을 고용한 것도 사고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원인을 수사중인 영천경찰서 허군열 형사반장은 "안전망 설치 등 공사안전수칙 준수여부와 공사장비의 결함 유무, 공사감독 소홀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치밀한 현장검증을 통해 사고원인을 명확히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일양토건 현장소장 이모(47)씨는 "사고당시에 현장에 없어 사고원인을 정확히는 알 수 없다"며 "목격자의 말과 현장상황을 종합하면 거푸집 해체 당시 유압식 리프트가 오작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이번에 사고가 난 현장은 거푸집 해체작업 구간 중에도 가장 작업하기 어려운 교량상판의 차로 중앙분리대 위치였다"며 "사고위험이 커 크레인블록을 2개나 설치해 이중 안전시설을 했는데도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목성교는 총연장 240m, 폭 24.3m, 높이 15~20m의 왕복 4차로 교량이다. 총사업비 1조8천929억원 규모의 대구~포항 고속도로 건설공사는 지난 1998년 착공돼 2004년말 완공 예정이다. 왕복 4~6차로로 건설 중인 이 고속도로는 대구~포항간 68.42km 구간에서 시행 중이며 제 1공구는 대구, 2공구는 경산, 3.4.5.6공구는 영천, 7.8.9공구는 포항지역으로 나눠져있다. 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 사망자 유족 밤새 오열
사고 희생자들이 분산 안치된 영천시 푸른솔 병원과 영천 영대병원 영안실에는 이날 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유족들의 오열로 눈물 바다가 됐다.
유족들은 아들.남편의 이름을 부르고 기절하고 다시 정신이 들면 영정을 붙들고 울부짖다 또 정신을 놓치기를 반복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특히 숨진 안효준(24.경일대 영어영문과), 변정구(24.대구보건대 휴학), 박창규(24.경일대 영어영문과)씨가 모두 친구 사이로 학비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를 당해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영천 푸른솔 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변씨의 어머니 김용희(56.대구 달성군 논공읍)씨는 장례식장 바닥에 드러누운 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어 가슴이 찢어진다"며 "내 아들을 살려내라"며 오열했다. 아버지 변영태(58)씨는 "가난 속에도 내색하지 않고 스스로 학비를 벌며 공부한 착한 아들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등산을 하다 아들이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영안실로 달려온 안씨의 아버지 안병욱(55.대구 북구 침산동)씨도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어 일부러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부추겼는데 내가 욕심이 너무 많았다"고 울부짖었다.
학교 친구인 박지만(24.경일대 산업공학과)씨는 "효준이는 평소 술.담배도 하지 않는 착한 친구였다. 아직도 살아서 내 이름을 부를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밤늦게 영천 영대병원 영안실에 도착한 숨진 박씨의 어머니 공경자(44.대구 달성군 옥포면)씨는 "아들이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말렸어야 했는데 말리지 못한 내가 죄인이다"며 영정을 가슴에 안고 오열했다. 박씨의 학교친구 20여명도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이며 발을 떼지 못했다.
결혼한 지 한달 만에 신랑 이재훈(29)씨를 잃은 아내 오영주(26. 영천시 망정동)씨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해 조문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뒤늦게 영안실을 찾은 (주)일양토건 관계자는 "살아있는 것이 미안하고 유족 앞에서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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