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수 대구고법원장 12일 법복 벗어

입력 2003-02-06 13:21:24

최덕수(60) 대구고법 원장이 30년간의 향토 판사 생활을 끝내고 오는 12일 법복을 벗는다.

최 원장의 법조인으로서의 이력은 특이하다.

1967년 사시 8회에 합격한 뒤 초임지인 전주지법에서의 2년을 빼고는 1974년 이후 줄곧 대구에서만 판사·부장판사·지법원장 등을 거친 것. 학창시절(경북대 사대부고, 경북대 법대)도 대구에서 보냈다.

경북대 법대 출신 1호 고법원장, 대구 법조계 '최장 향판'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서울 등에서 근무할 기회도 많았지만 고향에 대한 애착이 더 컸습니다". 최 원장은 지역과 함께 한 것이 자신의 '평생 자산'이라고 했다.

형사합의 부장시절에는 형이 높아 '엄하다' '독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한편으론 심리를 철저히 해 무죄선고도 많이 내렸다고 했다.

"재판에 임하는 사람들의 의견·주장에 귀 기울여 정확하고 기울지 않는 판결을 내리도록 노력했습니다".

최 원장은 지법원장 재직 때 법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개월의 짧은 재임 기간이었지만 민원인 안내시스템을 체계화했고, 민원서비스 개선 관련 조사 사업을 해 그 결과를 행정에 반영했다는 것.

대구에 대한 애착이 강한 만큼 최 원장은 지역 법원의 갖가지 불비한 점을 잊지 않고 지적했다.

"고법이 있는 대도시 중 법원 종합청사가 없는 곳은 대구뿐입니다.

재임 중 법원 이전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한 것이 후배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2006년으로 예정된 대구지법 서부지원 설립도 좀 더 빨리 추진했으면 달서구·서구·고령 등의 사법 서비스에 좋았을 것이라 아쉽습니다".

연구하는 법관이 못된 것도 아쉬움 중 하나라는 최 원장은 "권위와 존엄은 법관 스스로 확보해야 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판례 연구와 외국 연수를 통해 자질을 높이는 것이 결국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남기기도 했다.

최 원장은 다음달부터 대구시내 법무법인 '세영'의 대표 변호사직을 맡을 예정. 고법원장 출신 중 독자 개업하지 않고 법무법인으로 가는 것도 그가 지역에선 처음이다.

단독 개업할 경우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아 이런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차기 정부 경제부총리 물망에 오르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사돈간이며, 아들(32)은 서울지법 판사로 재직 중이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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