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대북 비밀송금 의혹의 '전모공개 거부'라는 강공을 선택했다.
이는 주말께 대국민 진상공개를 할 것이라는 민주당과 노무현 당선자측의 관측을 뒤집은 것으로, 김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자가 대립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대통령이 대북 비밀송금 전모공개 반대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김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평화를 위해서나, 미래를 위해서, 또 현실적으로 반국가단체와 접촉하는 일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모든 것을 전부 공개하는 것은 국익에도,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김 대통령은 이에 덧붙여 구 동서독을 예로 들면서 공개못할 것도 많고 초법적으로 처리할 일도 많다고 강조하면서 진상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했다.
이같은 언급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대북 송금문제는 공개하는 것보다는 덮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는 기존의 논리를 확대한 것으로 앞으로 무엇이 국익이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아울러 김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공개하지 못할 부분이 무엇인지, 남북간 접촉에서 대통령만 실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초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진상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데는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가져다준 햇볕정책이 파탄으로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익차원의 공개 반대라는 기존의 논리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진상공개 반대는 노 당선자를 겨냥한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통령의 언급은 민주당과 노 당선자측에서 김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 설득이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이에 대한 정면 반박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정치적 해결에 대한 합의 없이 김 대통령에게 대국민 진상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해결에 합의해 놓고도 노 당선자가 정치적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김 대통령을 밟고 지나가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같은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해 국회에서 비공개로 관련 인사들을 불러 사실을 밝히는 비공개 조사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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