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 만남의 거리

입력 2003-02-06 13:25:24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점은 뭐예요?"라고 질문을 한다.

아주 어려운 질문이지만 그 때 나는 항상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다릅니다" 라고 대답을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일본인은 처음 만났을 경우 1m 정도의 위치에 서서 인사를 한다.

악수의 습관이 없기 때문에 그 이상 가까이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리적인 거리만이 아니고 심리적인 거리도 같다.

필요 이상 상대방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고 무난한 대화밖에 안 한다.

나이나 가족구성에 대한 질문도 하지 않고, 물론 "왜 결혼을 안 해요?" "빨리 하세요!"라고도 하지 않는다.

특별한 관계(연애관계 등)가 되지 않으면 1m거리에서 가까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인은 이와 대조적으로 만나자마자 50㎝의 거리를 두고 선다.

1시간 후에는 아마도 상대의 고향은 어디고, 몇 년생이고, 가족은 몇 명이고, 출신학교가 어딘가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또 스킨십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다.

손을 잡거나 팔짱 끼고 다니는 여자들도 많다.

이를 보고 어떤 일본인은 "그녀들은 어떤 관계예요?"라고 질문을 해오기도한다.

일본에서는 연인 사이가 아니면 손을 잡지 않기 때문에 그녀들의 관계를 오해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한국인과 일본인은 사람을 사귀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한국사회는 일본사회보다 인간관계가 훨씬 '찐'하다.

그래서 한국에 왔을 때에는 이 찐한 인간관계에 당혹했다.

한국사람들은 1m의 거리를 넘어서 50㎝ 거리까지 왔고 내가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발 뒤로 가면 한국사람도 한발 앞으로 나왔다.

만나는 사람마다 개인적인 영역에도 많은 질문을 하고, 혼자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도 항상 누군가가 "같이 가요(먹어요, 놀아요, 해요야고부)"라고 했었다.

"한국에서는 약속도 없이 밤 늦게 집에 오는 사람이 제일 좋은 친구다"라고 들었을 때는 진짜 놀랐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지금은 한국에서의 이 찐한 인간관계를 충분히 즐기고 있다.

이런 사회가 보다 인간적인 사회인 것 같다.

지금은 나도 50㎝의 거리에 완전히 익숙해져 때때로 일본에 가면 '1m 거리'를 잊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몇 살이에요?"라고 묻고 있다.

이시바시 하데키( 34·대구 YMCA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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