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흉내 개그 뜹니다 뜨고요...

입력 2003-02-05 13:36:25

"그 말도 맞습니다.

맞고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흉내낸 개그맨 김상태가 뜨고 있다.

지난달 19일 방송된 KBS '개그콘서트-봉숭아학당'에서 '노 통장'역으로 첫 선을 보인 김(30)씨는 방송 3차례만에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차세대 '개그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봉숭아 학당에서 노 통장으로 등장하는 김씨는 우선 생김새부터 노 당선자를 연상시킨다.

이마를 가로지르는 깊은 주름살과 촌스러운 점을 강조한 8대2의 가르마. 여기에다 굵직한 광대뼈까지. 특히 차분하게 깔리면서도 경상도 억양이 그대로 묻어있는 '맞습니다. 맞고요'를 연발하면 시청자들은 그대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지난달 31일 오전에는 설날특집 SBS TV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노 당선자 부부와 함께 출연해 인기를 실감케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다음'에 개설된 김씨의 팬클럽 홈페이지는 이미 회원수가 1만명을 훌쩍 넘어선 상태. 서울 출신으로 지난 99년 데뷔 이후 무명 생활을 보낸 김씨는 "대선 직후 노 당선자 흉내를 계획하고 틈만나면 녹화한 방송토론과 유세 장면을 들여다 봤다"며 "다행히 '-니다-고요'란 특유의 어투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즉 무명 탈출을 위해 던진 대통령 성대모사가 정확히 들어맞은 셈이다. 김씨처럼 무명 개그맨들에게는 대통령 흉내가 인기의 '보증 수표'이기도 하다.

대통령 성대 모사의 원조로 불리는 '인간복사기' 최병서(노태우)에서부터 정재환(김영삼), 심현섭·박희진(김대중) 등이 모두 역대 대통령 흉내로 인기스타 반열에 오른 경우. 지난해 3월에는 엽기 DJ시리즈를 통해 등장한 배칠수(30·본명 이형민)가 인터넷을 주무대로 삼아 선풍적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부 젊은층들이 배씨의 시리즈를 핸드폰 컬러링 서비스로 애용하고 지난 대선때는 각 후보진영이 배씨 영입을 둘러싸고 각축전을 벌일 정도였다. 특히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다 DJ 특유의 흐릿한 말투를 그대로 흉내낸 배씨는 북핵문제와 여중생 사망 사건 등 한·미 관계를 빗댄 DJ와 부시의 전화통화 시리즈를 통해 '정치 코미디' 수준을 한단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대선 후보로 나선 정몽준씨를 겨냥한 허무개그의 원조도 배씨. 배씨의 DJ시리즈는 인터넷 레츠뮤직(www.letsmusic.com)에 접속하면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정치 코미디의 수준은 낮은 상태다.

군사 정권 시절을 거쳐 정치인이 TV 코미디의 소재로 등장한 87년 이후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정치 코너가 등장하곤 했지만 단순한 모방에 그쳐왔다. 물론 98년 DJ 정권 이후 현직 대통령까지 개그의 소재로 삼는 등 영역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여전히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해온 것이 현실.

대구과학대 연극영상과 남효윤 교수는 "정치 개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흉내를 넘어선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며 "정치적 환경이 많이 변했지만 정치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으려는 방송사나 개그맨들의 시도나 노력이 아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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