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3-02-04 14:35:57

일곱 살 내 손자의 놀이를 나는 따라갈 수가 없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열심히 놀고 있는 상욱이의 놀이,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기엔 없다 열심히 일한다고 해야 문맥이 맞는데 열심히 놀고 있다? 얼마나 놀랍고 신선한 문맥인가 물음표를 온몸으로 붙여놓고 있는 모든 것에는 신생(新生)이 가득하다 신생(新生)은 땀을 뻘뻘 흘리게 한다.

정진규 '놀이'

어린이들의 놀이는 놀이 그 자체로 아무 잡됨이 섞이지 않는 절대 순수 놀이다.

놀이라는 형식을 통해 처음으로 삶과 신선하게 맞닿으면서 살아 있음의 경이와 싱싱함을 누리게 된다.

어른들의 놀이는 그런 놀이가 아니다.

계산하고 따지고 측량하는 그런 잡된 놀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순수하고 천진한 놀이를 잃어버린다는 것 이외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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