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경제교류 급물살

입력 2003-02-04 13:52:19

한-쿠바 경제교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3일 사상 처음으로 쿠바시장 개척단을 현지에 파견한 KOTRA는 이날 오후 쿠바 정부 기관과의 첫 업무협의회를 아바나 대외무역부 회의실에서 개최했다. KOTRA는 이날 업무협의회를 통해 양국간 사이버 무역상담회 개최, 무역 및 투자 정보의 상호교환, 양국개최 전시회 참가시 상호 협조, 5월 쿠바 경제 심포지엄 서울 개최 등 7개 사안에 합의했다.

쿠바 정부도 경제교류 협력사업이 순조로울 경우 KOTRA의 아바나 사무소 개설을 추진하는 등 한국 기업들의 직.간접 쿠바 진출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쿠바 투자부 제1차관 센티 차관은 KOTRA 오영교 사장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쿠바는 미수교국이지만 최근 일련의 교류 상황으로 비춰볼때 양국 교역 및 투자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양국간 교류가 이처럼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한-쿠바간 무역투자협력협정 양해각서(MOU)가 체결됐기 때문. 쿠바는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반대가 있었지만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서부터 컴퓨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우리 제품에 대한 쿠바 시장 반응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양해각서 체결에 전격 합의했다.

국내 기업들은 카리브해에 위치한 쿠바의 지리적 여건상 양국 교류가 확대될 경우 멕시코 등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과의 교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KOTRA는 쿠바 정부기관의 업무협의회 이후 중남미 11개국 주재 무역관장들을 초청, 신시장 개척과 기존시장에 대한 수출확대 방안 및 플랜트, 방산제품 등을 위주로 한 수출상품 다양화 방안 등을 중점 논의했다.

KOTRA는 현지시장 조사와 바이어 상담, 국내 제조업체 연결이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토탈 마케팅을 통해 한국 상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한국상품전' 개최와 '중남미 공동구매단' 구성 등으로 중남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지역 中企들 쿠바 진출 선봉

지역 중소기업들이 중.남미 지역 수출 전초기지인 쿠바 시장 공략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1995년 한-쿠바 경제교류이후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단 2곳에 불과할 정도로 양국 교역 및 투자가 저조했지만 최근 지역 4개 중소기업이 동시에 쿠바 진출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양국 교류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는 것.

경산시청 지역경제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국제 산업박람회에 참가한 경산 9개 기업, 구미 6개 업체 중 경산에 소재하고 있는 일월전자, 동우산업, 대동테크 등 4개 회사는 지난달 20일 쿠바 대표단의 업체 방문때 제품 샘플 및 가격 리스트를 제공, 쿠바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제품 경쟁력과 잠재력을 인정, 현지에서 3년째 라이센스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사업가를 주축으로 대표단을 파견한 쿠바 정부는 각 회사의 제품 생산 능력 등을 최종 검토해 오는 6월 교류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가로등 점멸기를 생산하는 일월전자는 빛의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점.소등되는 광전식 점멸기에서부터 IT기술을 접목해 원하는 시간대에 따라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CDMA식까지 7종류의 최첨단 점멸기를 생산하는 업체로 이 분야에선 세계 1, 2위를 다툰다.

일월전자 김철호 대표는 "쿠바 가로등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비슷해 수출에 유리하다"며 "내수시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쿠바시장 진출은 경영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인 브레이크 라이닝을 생산하는 동우산업도 쿠바 시장 진출에 적격인 업체. 쿠바에는 국내자동차들이 가장 많이 보급돼 있지만 자동차 부품 회사는 같은 사회주의 계열인 중국 업체들이 주로 진출해 있어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월등히 낫다는 것.

이 회사 강신성 대표는 "사회주의 국가라 대금 회수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지만 자동차 부품업계의 경우 IMF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 해외 시장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쿠바를 교두보로 활용하면 멕시코 등 중.남미지역 시장 개척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지역업체들의 쿠바 시장 공략이 가속화되면서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도 지난 3일 사상 처음으로 국내 17개 업체로 구성된 쿠바 시장개척단을 파견하고 현지에서 한국경제 설명회를 여는 등 쿠바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KOTRA는 또 쿠바가 외상거래를 선호하는데다 수출기업에 대한 국내지원이 전무해 지금까지 양국 교류가 소원했던 것으로 보고 오는 5월 '쿠바 무역투자 심포지엄'을 여는 등 개선책 마련에 힘쓰기로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대동테크 오헌식 사장 인터뷰

"쿠바에 한국의 선진 농기계를 전파하겠습니다".

지난달 20일 쿠바 대표단이 다녀간 지역 4개 중소기업 중의 하나로 친환경 농기계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대동테크 오헌식 사장은 쿠바시장 진출은 시간 문제라고 장담했다. 오 대표는 지난해 11월 아바나 국제 산업박람회 참가때부터 쿠바시장 진출을 확신했다.

쿠바의 최고 실권자인 피델 카스트로의 형으로 농업자문관을 맡고 있는 라몬 카스트로가 박람회에 참가한 1천600여 산업용 기계 중 이 회사 제품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 쿠바에서 대량 재배하는 사탕수수를 가축에게 먹이는 방법을 고민 중이었던 라몬 카스트로는 박람회 부스에 이례적으로 30분이나 머물며 이 회사가 개발한 파쇄기를 조목조목 살폈다.

대동테크는 2000년부터 2년간 가축 사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수목의 잔 가지나 볏짚, 옥수수 등을 잘게 부수는 파쇄기를 연거푸 개발해 관련 특허만 3개나 보유한 회사로 쿠바 정부가 가장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업체.

"그러나 아무 준비없이 무턱대고 박람회에 참가했다면 제품이 아무리 뛰어났다 해도 결코 쿠바 정부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겁니다". 이 회사가 박람회에서 쿠바 정부 관계자 및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헌식 대표는 박람회 참가에 앞서 관련 자료는 죄다 모아 검토했고 쿠바인들의 국민성까지 철저히 분석했다. 또 파쇄기의 상세한 특성을 담은 CD를 제작, 노트북으로 실시간 생중계하며 쿠바 바이어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그는 "쿠바 시장 진출이 화가 될지 복이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쿠바 시장의 무한한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현지 특성에 맞도록 제품을 보완해 본격적인 쿠바 시장 공략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의결

정부는 4일 한국과 칠레는 상대 국가의 원산지 상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되 한국의 경우 쌀과 사과 배, 칠레는 세탁기 및 냉장고를 그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4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대한민국.칠레 정부간 자유무역협정안'을 의결했다. 협정안에 따르면 한국은 또한 민감 품목에 한해 최대 16년에 걸친 이행기간을 설정하거나 도하개발 아젠다 협상이후 재논의키로 했다. 칠레 역시 일부 품목에 최대 13년의 이행기간을 설정키로 했다.

또한 자국 영역안에서 상대방 국가의 투자자 및 그들의 투자에 대해 내국민 대우 및 투자이후 단계에서의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는 한편 국산품 사용의무 등의 투자이행 요건과 고위 경영자에 대한 국적요건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서비스 공급을 원칙적으로 자유화, 상대 국가의 서비스 및 공급자를 내국민으로 대우키로 했다.

지적재산권에 대해선 적절하고 효과적인 보호.집행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보호조치가 적법한 교역에 장벽이 되지 않도록 했다. 한편 각의는 이날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의결, 예금자 보호를 위해 중앙회에 상호금융예금자 보호기금을 설치키로 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