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까지 로또복권 구입 '북새통'

입력 2003-02-04 13:53:16

농촌에도 로또복권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최근 로또 1등 당첨이 이월되면서 당첨금이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란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복권을 전혀 모르던 농촌 주민들까지 앞다퉈 복권을 구입하는 등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칠곡군 왜관읍 국민은행 왜관지점의 경우 설연휴 전부터 복권을 구입하려는 인파가 넘쳐 은행 부근이 북새통을 이뤘다. 연휴가 끝난 3일에도 은행이 문을 열자마자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로또복권 구입대열에는 중.고교생들도 합류했다. 친구들끼리 모여 설 세뱃돈으로 복권에 투자, 일인당 평균 3만원에서 10만원까지 투자하는 등 이상 과열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법적으로 19세미만 미성년자에게 복권을 판매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이같은 열기를 막지 못하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3일 국민은행 왜관지점에서 로또복권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섰다는 김상현(24.칠곡군 왜관읍)씨는 "설 연휴 내내 로또복권이 화제였다"며 "은행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가 이번에 복권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로또복권 취급점이 없는 영양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1시간이 넘는 안동까지 가서 복권을 구입하고 있다. 특히 당첨금이 500억원을 웃돌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뒤 너도나도 안동까지 나가 수만원씩 주고 복권을 구입하는 실정이다.

정민철(55.상업)씨는 "장사를 하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숫자를 친구에게 메모해 주고 복권을 대신 구입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는 김상수(45)씨는 "요즘 농촌마을에는 난생 처음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푼돈도 아쉬운 겨울철에 복권 때문에 아예 돈 구경하기 힘들게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로또열기가 확산되면서 판매점들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9회차 당첨마저 이월되자 각 판매점에는 복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특히 10회차에도 1등이 나오지 않을 경우 1등 당첨금을 2, 3등에게 나눠준다는 발표가 있자 오히려 복권구입자가 더 늘고 있다.

포항 죽도동 한 복권판매소의 경우 하루 평균 600여장(2천원짜리 기준)이 판매됐으나 4일 현재 800여장으로 늘어났다. 로또복권 판매상들이 가지는 마진은 장당 5.5%. 판매소 한 곳당 하루 평균 복권 판매차익만 6만여원씩 챙기는 셈.

포항의 한 복권판매상 김모(47)씨는 "로또 열풍이 이렇게 거셀 줄 미처 생각지 못했다"며 "로또복권 판매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국민은행 복권사업부에는 하루에 수십통의 판매점 개설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복권사업부 김양현 과장은 "지난주의 경우 전국의 5천여개 판매상에서 하루평균 200여만원 어치를 판매했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규 개설을 원하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영양.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 판매점 곳곳서 품절 사태

중기업을 통째로 사들일 만한 액수인 500억원 가량의 당첨금이 예상되면서 3일 복권 표기 용지(슬립)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다운되는 등 로또 열기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로또복권 사업 운영자인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은 슬립을 1인당 무려 200여장씩 싹쓸이 해가는 고객들이 생겨나는 등 3일부터 영업점마다 슬립 품절사태가 빚어졌다고 밝혔다. 이 은행 대구 공평동지점 황순옥 대리는 "3일 2천장 가량의 슬립을 준비해 놨으나 오후 3시쯤 품절돼 많은 고객이 그냥 돌아갔다"며 "로또복권 품절사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슬립 공급사인 KLS컨소시엄은 밤샘 작업을 통해 4일 오전부터 지난 주보다 2배 이상 많은 슬립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이에따라 이번 주 슬립 생산량은 처음으로 1억장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 회사 윤일수 차장은 "사무실마다 온통 슬립이 널려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슬립 수요가 많아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로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하이 로또'는 접속이 늘면서 이날 오후 내내 "접속 폭주로 서비스 이용이 지연된다"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또 대구시내 지산동 ㄷ사, 침산동 ㄱ관공서 등 상당수 사무실에서는 로또복권 때문에 일손을 놓을 지경이며, 새해 인사마저 '복많이 받으세요' 대신 '로또 되세요'로 바뀐 실정이다.

국민은행 이성우 복권사업팀 대리는 "지난 주 로또 매출이 730억원에 달했고 이번 주에는 더 많이 팔릴 전망"이라며, "슬립 부족 사태는 일시적일 뿐 전체 판매량 제한은 없어 희망자가 로또를 못사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 폭주가 계속되면서 지난 주 이월금 258억여원에다 추가 판매액이 합쳐져 이번 주 1등 당첨금은 5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로또복권 '성공' 비결은?

국민 4명 중 한 명이 구입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로또 복권의 '성공비결'은 뭘까?

이번 주말 1등 당첨금이 4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로또 '광풍'이 계속되고 있다. 4일 하루 판매액은 180억원을 넘어 지난 해 말 로또가 발매된 첫날의 판매액 6억여원보다 30배 가량 늘었다. 이번 주 로또 판매액은 1천억원(1만원짜리 기준 1천만장)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국민은행이 당초 목표한 올 매출액 3천340억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준.

발매 두 달만에 국내 복권시장을 '평정'한 로또가 이처럼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보다 구매자 중심의 '참여형 복권'이란 점 때문. 직장인 이모(30.대구시 파동)씨는 "가족의 생일이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나만의 숫자를 선택.조합해 번호를 선택하는게 매력적"이라며 "번호를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고르는 까닭에 당첨되지 않아도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복권사업팀 한 관계자는 "번호를 고객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로또를 하는 고객들은 '소비자가 왕'이란 느낌을 받는다"며 "특히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선호하는 모바일 세대의 구미에 맞아 젊은층에서 로또복권 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기존 복권 경우 40대 이상이 구매층의 주류를 이뤘으나 로또는 20~30대가 주구매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여럿이 한꺼번에 구매하고 당첨됐을 때 나눠갖는 '로또계'가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당첨자가 안나올 경우 상금이 매주 이월돼 당첨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구매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로또 복권이 나오기 전까지는 최고 당첨금이 40억원대가 고작(?)이었으나, 로또는 당첨금 이월로 65억원 당첨에 이어 250억원, 400억원으로 당첨금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서 평생 복권을 안하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대박심리'를 공유하고 있는 요즘 사람들의 구미에 딱 맞는 복권이란 얘기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대박에 매달리는 이가 많아진 것은 우리 사회에 빈인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그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욕구가 커지다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당첨금이 걸린 로또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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