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진작가 꿈 키울래요'

입력 2003-02-03 17:01:49

미국에서 한국 그것도 지방인 대구권 대학에 역(逆)유학을 온 금발의 여성이 있어 화제다.

경일대 2003년 편입학전형에 응시, 사진영상학과에 합격한 미국인 버지니아 필립스(32)씨. 3일 합격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베리 베리 럭키"라며 환하게 웃었다.

"9세 때 처음 사진에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간호사로 일하면서 친구들 결혼사진을 도맡아 찍었어요. 평소 꿈이었던 사진작가로의 길을 열어준 한국은 제게 특별한 나라입니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12년간 병상을 지킨 간호사인 그녀가 돌연 사진을 배우는 학생으로 변신하게 된 까닭은 바로 대구에 사는 한국인 부자 때문. 필립스씨는 지난 97년 친구인 재미 한국인 간호사의 소개로 처음 한국에 왔다.

당시 노덕성(54·곽병원 건강관리과 부장)씨의 집에서 1년을 함께 생활하면서 노씨 부자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아들 기훈(27·경일대 사진영상학과 2년)씨와는 한국문화와 풍습, 사진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져 친구사이가 됐다.

그후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이들의 따뜻한 정을 잊지 못해 편지나 전화 연락은 계속됐다.

그러다 노씨 부자의 제의와 이들의 사진에의 열정에 매료돼 경일대 편입학 전형에 지원한 것. 무엇보다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1회 졸업생인 노덕성씨가 자신처럼 만학도이고, 학우가 된 기훈씨는 대학생활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기에 선뜻 한국행을 택했다고 했다.

"배우고 싶었던 사진을 맘껏 배울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쁩니다".

우리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간단한 말은 듣고 이해할 정도인 그는 "한국문화가 미국과 매우 다르고 아주 흥미롭다"며 "정식으로 사진을 배워 한국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다"고 했다.

두 번째 한국을 체험하게 된 필립스씨는 동구 방촌동 노씨의 아파트에서 하숙생이자 가족처럼 함께 생활할 계획.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스튜디오를 열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제2의 인생을 펼쳐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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