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 쌍둥이 김민식·병식 형제

입력 2003-01-30 17:34:30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29일 나란히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합격을 확인한 김민식·병식(18·대구 강북고 3년) 형제. 쌍둥이 서울대 합격이란 놀라움보다 이들의 특이한 성장과정이 더 눈길을 끈다.

수석 합격자들이 으레 말하듯 "과외는 받지 않고 학교 공부만 충실히 했어요" 정도가 아니다.

유치원부터 공립 초등학교 병설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군데의 학원에도 다니지 않은 것.

대신에 쌍둥이 형제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안팎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모조리 참가했다.

과학, 문예, 발명품, 미술, 음악, 웅변 등 숱한 대회에 참가해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이렇게 받은 상장이 보관하기 힘들 만큼 많다.

지난 93년에는 초교 3학년인 민식군이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과학기술부장관상을 타고 어머니 조말현(48·왜관 중앙초 교사)씨가 지도교사상을 받으면서 매일신문에 발명가족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부부교사인 아버지 김연동(50·대구 강북초교)씨와 조씨의 남다른 자녀교육 철학이 바탕이 됐다.

특히 아동문학가이면서 지난해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한 조씨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독학파. 문예지도, 교육용소프트웨어공모전, 발명교육진흥, 보이스카웃 지도자 등 표창을 받은 분야도 다양하다.

현재 매일신문 어린이사이트 아이나라(www.inara.co.kr)에 우리말 바르게 쓰기, 들꽃 이름 및 상식 소개 등의 코너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조씨는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은 학교 수업에 대한 흥미와 열의를 떨어뜨리므로 효과보다는 폐해가 더 크다"며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만으로도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학교 수업과 자율학습만으로도 충분히 공부가 됐다는 형제. "지난번 서울대 수시모집에 떨어지고 나서는 심층면접 학원에 다녀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선생님들의 도움과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결국 이겨낼 수 있었다"며 뿌듯해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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