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줄 선물 꾸러미를 챙기며 들떠있는 한국인 직장 동료들을 보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이 더욱 그리워지네요".
구미공단의 한 섬유업체에서 올해 2년째 산업연수생으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구엔티우(26)씨. 설연휴를 포함해 4일동안 휴가를 받은 그는 한국에서의 명절은 가슴을 에는 듯한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고 털어 놓는다.
구엔티우씨 처럼 현재 구미공단에는 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인 등을 포함해 4천여명의 외국인들이 모두 설을 쇠러 빠져나간 텅텅 빈 공장이나 숙소에서 쓸쓸한 설을 맞아야 할 형편이다.
이들 대부분은 외로움을 잊기위해 차라리 연휴를 반납하고 특근을 하고 싶지만 공장전체가 가동이 중단되기 때문에 일을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구미공단내 각 종교·사회단체들이 설을 맞아 더욱 고국의 향수에 힘들어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갖가지 행사를 준비, 그나마도 큰 위안이 되고 있다.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소장 허창수 신부)는 2일 오후 공단내 외국인 근로자 100명을 초청해 떡국 등 설음식을 나눠먹은 후 각국 언어로 새해인사와 덕담나누기, 한국 사투리 흉내내기, 노래·춤 경연대회 등의 놀이마당을 펼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출신 사다우(31)씨는 "형제 3명이 한국에 들어와 두 남동생이 반월공단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번 설연휴때는 구미로 불러 외국인 근로자 위안행사에 함께 참석키로 했다"며 "장기자랑대회에 대비해 인도네시아 전통춤을 연습해 놓았다"고 자랑했다.
구미제일교회(담임목사 함종수)도 공단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150명), 베트남인(100명) 등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31일과 2일 이틀동안 줄다리기, 윷놀이·성경퀴즈대회 등 행사가 준비돼 있다.
이날 구미시내 한마음 의료봉사팀이 행사에 참석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각종 질병에 대해 무료진료(치과·내과) 행사도 곁들인다.
또 불교사찰인 남화사(성화 스님)는 구미외국인근로자쉼터에서 31일부터 3일동안에 걸쳐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 80명을 초청해 떡국썰기, 인도네시아 음식만들기, 투호던지기 대회 등 각종 민속놀이를 다채롭게 열 예정이다.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 모경순 사무처장은 "한국 근로자들은 명절이 기다려지지만 상대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명절이 향수를 자극해 고통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이같은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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