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라고 해서 모두들 고향을 찾고 있다.
이름하여 '귀성'(歸省). 객지에 나가 살던 자녀들이 어버이를 뵈러 일시적으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특정한 곳에서의 정착 생활이 수백년 동안 확고한 생활 양식이 된 후 생긴 일.
그렇다면 귀성을 끝내고 다시 사는 곳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무슨 단어로 지칭해야 옳을까? 이상하게도 아직 여기에 적합한 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귀성의 반대말로 지금까지 흔히 등장하는 것은 '귀경'(歸京)이라는 단어이다.
이것은 서울로 되돌아간다는 뜻. 서울 사람들에게는 어울릴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귀성을 끝낸 사람들이 되돌아 가는 곳은 서울뿐이 아니다.
대구로 되돌아 오는 사람도 100만명이 넘고, 포항·안동·광양·부산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도 서울에 본사를 둔 방송사나 거대 신문사들은 서울 중심의 사고에 젖어 모든 되돌아감을 '귀경'이라 통칭해 버림으로써 지방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대구 동촌동의 장미령씨는 "설 연휴를 끝내고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서울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범어동 김진형씨는 "'서울 사대주의' 심리때문에 '귀경'이라는 단어가 아무 생각 없이 쓰이고 있다"며, "권력·경제·문화 외에 이제는 언어까지 서울에 의해 점령당했다"고 개탄했다.
취재팀이 대구시내 거주 국문학 전공 교수 4명에게 질의하자 이들은 "이와 관련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진형씨는 "지방분권이 집중 추진되고 있을 정도로 지방 주권주의가 강화된 만큼 언어도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국문학과 김기현 교수는 "현재까지는 명확한 대체어가 없는 만큼 앞으로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단어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때에 적절히 사용될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일까? 관심 있는 시민들은 명쾌하지 못하나마 '귀가'(歸家·사는 집으로 돌아감)가 우선은 그런대로 쓸 만하고, 본래 취지를 더 강조한다면 '귀소'(歸巢, 둥지로 돌아 감)라는 단어를 써봐도 좋지 않을까 제의했다.
'귀소'는 본래 새 같은 동물들에게 쓰이는 것이지만, 이미 시에서는 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 나태주는 '누구나 한번쯤 / 울고 싶은 때가 있다 // 먹물 와락 / 엎지른 창문에 / 켜지던 등불 / 두런대던 말소리 // 마음 먼저 멀리 떠나 보내고 / 몸만 눕힌 곳이 끝내 / 집이 되곤 하였다'는 시를 쓰면서 '귀소'라는 제목을 붙였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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