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중증 장애인 서울대 법대 합격

입력 2003-01-30 17:34:30

"좌절하지 않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각오로 하루하루 열심히 산다면 이루지 못할 것 같던 일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양쪽 다리를 잃은 50세 중증 장애인이 법학을 공부하겠다는 30여년간의 꿈을 이뤘다.

화제의 주인공은 손위용(50·사진)씨.

29일 발표된 서울대 2003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결과 손씨는 장애인특별전형을 통해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다.

어릴때부터 수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법대나 상대에 진학하겠다는 희망을 키운 손씨는 울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 69년 부산고에 입학했다.

손씨는 홀어머니 슬하라는 어려운 가정형편상 학교 근처에 숙소를 잡지 못하고 울산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이용, 학교에 다녔다.

왕복 5시간이 넘는 길을 다니면서도 단 한번도 결석을 하지 않았고 성적도 최상위권을 유지했던 손씨의 운명이 바뀐 것은 고교 2학년때.

비가 내리는 7월의 어느날 아침, 손씨는 움직이는 기차의 난간을 잡고 올라타려다 빗물에 비끄러져 기차에 치였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두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1년간 휴학끝에 자퇴서를 낸 손씨는 그 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생계를 위해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손씨의 성실한 과외수업은 금방 소문이 나 한때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10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칠 정도로 유명한 과외 강사가 돼 어느정도 경제적으로도 안정됐지만 과로 탓에 건강이 나빠져 모아 놓은 돈을 모두 날려버렸다.

결국 손씨는 지난 2001년부터 수능 준비에 들어갔고 과외를 하면서 틈틈이 공부한 실력으로 지난해 수능에서 331점을 받아 결국 중증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서울대에 합격했다.

손씨는 "그동안 빨리 공부를 다시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 적은 있어도 신체장애를 어려워 한 적은 없다"며 "공부는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란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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