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이 북한 핵, 미국-이라크 전쟁 위기 등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SK글로벌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채권수익률과 환율이 큰 폭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고, 투신사 사장단은 13일 환매사태의 확산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중앙은행의 콜금리 인하를 요청하기로 했다.
미국-이라크 전쟁 우려로 내수 및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촉발된 경기 하락세가 북한 핵문제 영향으로 속도를 더하고 있고, 신용카드 부실로 촉발된 가계부채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SK 분식회계가 밝혀지면서 불똥이 다른 그룹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들은 북핵 문제 등을 앞세워 신용등급하향 조정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4각 파도' 가운데 어느 하나도 자율적이고 신속하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판 엔론 사건'=경제전문가들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문제에 대해 "한국판 엔론사건(미국의 에너지 대기업인 엔론사가 회계장부의 수치를 조작, 회사 재무상태를 실제보다 좋게 위장했던 사건)"이라고 평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받던 한국의 회계시스템이 일거에 위협받게 됐다는 것.
SK 분식회계 문제는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요인으로 반영되고 있다.
미국계 증권사 한 지점장은 "세무당국과 금융감독당국의 기능에 총체적 문제가 있다는 얘기이며, 시스템에 구멍이 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교란 우려=SK글로벌 사건이 표면화된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북핵 문제로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나오고,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를 찾아간 가운데 사건이 터져 신용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신용등급의 하락은 곧바로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쳐 외평채값 하락은 물론 공공·민간부문의 차입금리 상승, 주가하락, 환율 상승 등 경제위기를 한층 더할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차원 대책 필요"=SK글로벌의 분식회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30~40년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생긴 부실을 제때 정리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종합상사 경우, 과거 주요 재벌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다 대우와 쌍용처럼 그룹 전체의 부실을 떠안고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국내·외 악재에다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으로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다시 경제에 불안감을 안겨다주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며 "정부는 펀더멘털과 관련된 경제실상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외국인 투자자는 "정부가 기업을 살리면서 회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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