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뜰에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우리 학교를 사랑하는 분이 많은 돈을 내어 세우셨다고 합니다.
대리석으로 만든 높은 대 위에 우뚝하니 앉으신 채, 한 손에는 책을 펼쳐 들고 한 손으로는 높은 하늘을 가리키고 계시는 모습이었습니다.
훌륭한 임금님을 가까이서 뵙게 된 기쁨에 우리들은 동상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글을 만드셨다는 대왕님의 인자하신 얼굴을 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눈빛을 보고 싶었습니다.
손수 만드셨다는 한글을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 저희들을 보시면 대왕님도 기뻐서 우리들의 어깨라도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어 주실 것 같았습니다.
할아버지한테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었습니다.
1학년 꼬마들은 100점짜리 받아쓰기 시험지를 들고 쪼르르 달려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세종대왕님이 앉아 계신 대리석 축대와 그 축대에 새겨진 '황금만 기증'이라는 글자만 또렷이 보일 뿐 세종대왕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고개를 젖히고 쳐다보면 세종대왕의 발가락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조금 보일 뿐입니다.
그래서 2학년 아이들은 미술시간에 세종대왕의 얼굴은 그리지 않고 세종대왕의 발가락만 도화지에 크게 그렸다고 선생님한테 꾸중을 듣기도 했습니다.
5학년 어떤 아이는 세종대왕이 들고 있는 책에 무엇이 적혀있나 보기 위해 동상을 오르다가 교장선생님한테 꾸중을 듣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발가락만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세종대왕님은 우리 학교에 오신 후 언제나 대리석으로 만든 높은 대 위에 우뚝하니 앉아만 계십니다.
세종대왕님도 가끔은 그 높은 대에서 내려와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손자쯤 되는 우리들과 어울리고 싶으실지도 모를 일인데.... 오늘도 그 높은 대 위에 꼼짝 않고 앉아 계십니다.
가끔 새들이 대왕님의 왕관이나 하늘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앉아 놀다가 똥을 찍- 싸고 달아나도 아무 상관하시지 않으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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