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복서 우정근-세계 챔프 꿈꾸며 '라이트 훅'

입력 2003-01-28 17:11:25

이달 하순 열린 MBC프로복싱 슈퍼밴텀급 신인왕전 준결승을 앞두고 우정근(27.대산체육관)은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이춘광(43) 관장은 선수 보호차원에서 더 이상 시합에 출전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우정근은 경기 출전을 강행, 남원창(부산거북발해체)을 판정으로 누르고 결승에 오르게 됐다.

이 관장은 걱정스런 마음에서 다시 시합출전을 막았으나 우정근은 "제가 신인왕이 됐다는 플래카드를 미리 만들어주세요. 지면 그 비용을 제가 부담하겠습니다"라며 큰 소리 쳤다.

그의 장담대로 우정근은 23일 열린 결승에서 이기재(인천무안체)를 판정으로 꺾고 신인왕에 올랐다.

이 관장은 "너같이 독한 놈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를 대견해 했다.

경일중과 경상공고에서 태권도 선수 생활을 했던 우정근은 지난 2000년 뒤늦게 복싱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권투를 하게 된 그는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좋아하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복싱은 새로운 삶의 목표가 됐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챔피언의 꿈을 갖게 된 것이다.

만경관 앞에서 노점상을 하는 그는 매일 오후2시부터 2, 3시간 가량 훈련하고 시합 일정이 잡히면 훈련 시간을 늘린다.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훈련하는 생활의 연속이어서 피곤하지만 그는 70~80년대 한국 프로복싱이 번성하던 때의 강인한 '헝그리 복서'를 연상케 한다.

우정근은 라이트 훅을 주무기로 한 인파이터형 복서로 잽과 훅 등 연타 동작이 좋다.

가끔 큰 주먹을 휘두르고 체력이 약한 것이 보완할 점이지만 기량 만큼은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늦게 시작한 복싱이지만 열심히 해서 챔피언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목표를 '세계 챔피언'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복싱에서 인생의 승부를 내려는 뜻을 비쳤다.

술, 담배를 하지 않는 등 자기 관리도 철저한 편이어서 이 관장이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관장은 올 6~7월쯤 그를 한국타이틀에 도전케 할 예정이다.

이관장은 "늦게 시작했지만 그는 자기 관리가 철저해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

집념도 대단해 키워주고픈 마음이 절로 든다"며 "2년 내에 동양 타이틀에 도전하게 하고 성과가 좋으면 그 이상도 바라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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