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당선자 대구 방문-긴급 좌담회

입력 2003-01-27 15:36:24

매일신문은 27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구방문을 맞아 대선후 지역 민심의 향배와 현주소, 지방분권 등 지역현안을 짚어보고 노 당선자에 대한 지역민의 바람을 들어보는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대선이 끝난지도 40일 가량 지났다.

그동안 노 당선자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평가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역민과 지역사회 분위기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이정인 실장:처음에는 당혹스럽고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보면 차라리 잘됐다는 분위기도 많다.

(노 당선자가)솔직하고 직설적이어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해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단지 일부에서는 노 당선자가 분배를 중시하는 과정에서 시장경제에 과도하게 개입해 외부 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경제에 외국자본이 안들어오고 국내자본은 외국투자를 더 선호하면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홍덕률 교수: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구체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의 당혹감과 상실감은 크다고 본다.

그러나 대다수 일반 시민들은 별다른 이해관계도 없고 누가되든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노 당선자에 대해서는 선거기간중 부정적 이미지가 증폭돼 선전된 측면이 있다.

시민들도 이제는 평상심을 찾아가며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바뀌는 것 같다.

노 당선자가 취임후 쓰는 정책과 지금의 분위기가 맞아 떨어진다면 상당한 민심변화가 가능 하리라고 본다.

△김경민 관장:시민단체에는 노무현 지지자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감히 노 후보가 당선되리라고 상상한 사람들은 많지않다.

결국 국민참여 경선과 네티즌 및 2030의 정치참여, 반미 등 국가주권 문제의 전면 등장 등이 노무현 당선을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노 당선자의 약점은 초약체 정부라는 점과 지지자들이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호랑이 등에 탔다고 생각하고 국민들에게 겸손하게 가야 할 것이다.

노 당선자 주변도 결코 축배를 들고 있을 때만은 아니다.

△홍:덧붙여서 노 당선자에게 한마디 한다면 성공의 원칙은 아주 간단하고 상식적이다.

정도로 가야 한다.

즉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득권 세력에 밀려 국민적 개혁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분위기는 지금도 냉소적인 게 사실이다.

△이:노무현 당선으로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노 후보의 당선으로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것을 보면 이제 지방에도 기회가 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기회를 잡느냐 못잡느냐는 우리의 역량에 달려 있다.

지방분권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

침체된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갖가지로 모색되고 있지만 특히 취약한 대구·경북 지역 경제 회생을 위한 노 당선자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회:고건 총리 내정은 노 당선자의 첫 국정행위라고 볼 수 있다.

정치 스타일의 일면을 엿볼 수 있지 않겠나.

△홍:몇건의 인사를 가지고 노 당선자 인사 전반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노 당선자에 대한 바람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공익과 국익을 우선해 사람을 뽑아달라는 것이다.

노 당선자에게 압도적 지지를 하지 않은 대구·경북 사람 입장에서는 자칫 주눅이 들 수도 있다.

특히 그동안의 정권이 인사에서 측근과 연고, 지역을 챙겨왔기 때문에 대구·경북도 여기에 익숙해 있는 게 사실이다.

지역의 지도자들도 대구·경북이 살아남을 수 있는 논리와 설득력을 갖고 노 정권과 토론한다면 충분히 승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회:김대중 대통령도 당선초기에는 지방분권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임기동안 중앙집권은 가속화 됐고 지방분권에 대한 공약은 폐기되다시피 했다.

분권문제는 기득권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지역에 있을때는 분권을 부르짖다가도 중앙에만 가면 중앙집권적 사고로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일본이 지방분권을 91년부터 준비해 95년 실시하면서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대표적 사례인데 관료주의가 발달하면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가 왜 지방분권에 '운동'이라는 말을 붙였느냐하는 점이 중요하다.

처음에 우리는 지방분권을 '마라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 당선자와 선거전에 국민협약을 맺었고 지방분권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노 당선자에게 맡겨놔서만 될 일은 아니다.

입법이 중요한데 결국 입법은 정치인들이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년 선거에 지역민들은 반드시 분권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지역의 선량으로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서울 집중은 서울사람들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울과 경기에서 노 당선자가 이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대통령도 분권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해야할 몫이 있다.

△김:지방분권은 지역구도를 깨는 전략적 표현이다.

지방분권 운동이 전국적 네트워크를 단기간에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역분권이라는 노선과 전략을 확고히 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사실 노 당선자도 부산출신이어서 서울에서 많은 서러움을 받았던 것 아니냐.

△사회:기득권층의 노 당선자 정책에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

반재벌 정책 등은 현실과의 타협과정에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기득권층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도 문제인데 어려움은 없겠나.

△홍:노동문제에 대한 진보적 주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문제에 관한한 자본가들이 고용을 창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노무현 당선자가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본다.

△사회:인터넷을 통한 여론정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의 20, 30대 의견을 주류 사회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토론이 노 당선자의 토론정치와도 일맥상통하기는 한데 앞으로 이게 시대 주류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김:민감한 문제지만 제도언론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보수냐 진보냐의 틀은 아니지만 언론의 새로운 글쓰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최소한의 쌍방향 토론이 이뤄진 것을 직접 목격했다.

유명한 논객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당장 이튿날 노무현 후보의 유세에서 그 말이 나왔다.

곧바로 네티즌들은 그 관련 사이트로 달려갔고 상상력과 정치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오프라인에 붉은 악마의 광장이 생겼다면 온라인속에도 광장이 생겨 광장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이회창 후보는 온라인 광장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홍:대의제 민주주의하에서 국민참여는 정당과 언론, 중간집단 등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정당 등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젊은층의 정치적 의사가 인터넷을 통해 분출된 것이다.

정당과 언론, 중간집단은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터넷이 대안이 됐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견해가 억눌려왔거나 표현이 안됐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따라서 기성의 산업사회가 감당하지 못한 집단의 의사가 정치권에 반영되고 표현되는 채널로 앞으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정당이나 언론 중간집단과 보완의 역할로 자리매김만 한다면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터넷의 순기능을 강조하고 보완장치로서의 위상만 부여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조선시대에도 정치가 어려우면 임금이 언로를 트는 시스템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한 토론문화는 장기적으로 직접 민주주의 국민참여 정치의 구체적 수단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실례로 대구 축구단의 이름도 네티즌 반대로 바뀌지 않았나. 단지 특정집단이 여론을 한방향으로 몰아간다든지 루머성 얘기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사회:마지막으로 지역민과 지역정치권, 지역언론에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홍:지역정치권에도 대선이후 정치개혁의 길이 열렸다고 본다.

노무현 당선자가 내건 그 정신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수용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경쟁적 구도가 형성돼야 한다.

한나라당이 압도하고 있는 지역정치권도 변화하지 않으면 지역에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지역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또 지역민들은 개방적이고 진취적 마인드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존의 폐쇄적이고 맹목적인 갈등 구조를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같은 마인드를 회복하는 데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과연 지역언론이 그같은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는 회의적이다.

△이:분권시대의 물꼬가 트였다.

분권과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하지만 분권시대에 맞는 지역경제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일부 목소리가 큰 기업인들의 비합리적 주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방분권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지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뒷받침이 돼줘야 한다.

이들을 국회에도 진출시키고 지방의회에도 많이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의 역할이 막중하다.

△김:노무현의 당선은 한나라당에도 변화의 계기를 던져줬다.

우리 지역은 한나라당 '일당독재'의 형태로 돼 있다.

형식상으로는 대의민주주의 체제에 의해 시·도정이 운영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나라당 공천자에 의해 국회의원, 광역과 기초가 완벽하게 장악된 임명제 형태의 행정이 판을 치고 있다.

광역, 기초단체장의 경우 시·도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공천권자의 눈치만 볼뿐이다.

아직 한나라당내에서 가시적 조치가 없지만 시·도민의 입장에서 당론을 모아가는 참여민주주의를 통해 당이 변신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에서도 새 개혁세력이 정치세력으로 태동해야 한다.

한 당이 계속 지역을 지배하는 것은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지역의 다양한 세력들이 정치세력화 해 이번의 사회변화 코드를 잘 읽어 사회 정치엘리트로 새롭게 부상해야 한다.

지역언론은 지역주민들의 한과 억울한 면을 적극 보호하는 차원으로 가야 한다.

지역정치권과 관료사회도 서민들의 피눈물 나는 문제를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약자의 입장에서 움직여줬으면 좋겠다.

노무현 당선자도 그런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정리·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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